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제주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합친 ‘메머드급’ 항공사 탄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제주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합친 ‘메머드급’ 항공사 탄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매각 추진 발표 이후 기대했던 것만큼 뜨거운 반응이 나오지 않았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애경그룹의 행보로 다시 변화를 맞고 있다. 이미 국내 최대 LCC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한진그룹에 필적하는 ‘메머드급 항공사’로 도약할 전망이다. 다만, 인수를 마무리 짓기까지 자금조달 등 풀어야할 과제도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최근 삼성증권 등과 접촉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것은 아니지만, 인수금액 등 세부적인 사항들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이 발표된 시점부터 주요 인수 후보군 중 하나로 거론됐다. 국내 최대 LCC 제주항공을 계열사로 두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또 다른 후보로 꼽힌 SK그룹, 한화그룹, CJ그룹 등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1순위로 여겨지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유력 인수 후보들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애경그룹이 적극성을 나타내면서 아시아나 인수전을 향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지난 29일과 30일 연이어 급등한 것이 이를 잘 나타낸다.

누가 인수해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될 경우 국내 항공업계의 판도는 더욱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최대 LCC 제주항공과 ‘유이한’ FSC 아시아나항공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에어부산과 에어서울까지 더하면 말 그대로 ‘메머드급’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대한항공과 진에어를 보유 중인 한진그룹에 필적할 상대가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현재 운영 중인 항공기를 모두 더하면 약 150대 수준이다. 기종 등에 차이가 있지만, 160여대를 운영 중인 대한항공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과거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의 절반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 판도가 크게 요동칠 수 있는 변화다.

같은 업종을 영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도 크다. 운영 전반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아시아나항공이 축적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서 수요가 가장 많은 ‘항공 요충지’ 서울과 제주, 부산을 모두 거점으로 두게 된다는 점도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다.

물론 이 같은 장밋빛에 앞서 넘어야할 산도 적지 않다. 당장 인수자금 마련부터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예상 인수 가격은 1조~2조원이다. 경쟁 국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최소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자산규모가 5조2,000억원 수준인 애경그룹 입장에선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재무적투자자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 경우 외국 자본이 유입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항공법상 국내 항공사는 외국자본 및 외국인 임원 등에 제한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정상황도 애경그룹에겐 큰 부담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연결 기준 649%의 부채비율을 기록 중이며, 7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 인수에 성공한 뒤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또 하나의 관건은 인수전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느냐다. 아직까진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었지만,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만약 SK그룹, 한화그룹, CJ그룹 등 주요 후보군들이 인수전 참여로 가닥을 잡을 경우, 애경그룹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가능성과 여러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하면 애경그룹에게 아시아나항공은 매력이 넘치는 매물일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적정한 인수금액과 자금조달인데, 상황이 맞아떨어질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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