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외수주 전년 동기 대비 35% ↓
‘라오스 공방’ 해외수주 영향 끼칠까

지난해 7월 SK건설이 시공한 세피안-세남노이댐이 붕괴되는 사고 원인을 두고 SK건설과 라오스 정부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뉴시스·신화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3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액은 88억달러(10조4,816억원)로 전년 동기 136억달러(16조1,989억원) 대비 35% 가량 감소했다. 수주 건수 또한 5월 기준 256건으로 전년 동기 262건 대비 2% 줄었다.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지역의 기근이 한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5월 기준 중동 지역 수주액은 11억달러(1조3,080억원)로 전년 동기 38억달러(4조5,185억원) 대비 70% 가량 줄었다.

이러한 가운데 라오스 정부가 지난해 발생한 댐 붕괴사고의 원인을 SK건설의 부실공사 탓으로 지목하면서, 이른바 ‘라오스 공방’이 SK건설을 넘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완공 앞두고 무너진 공든탑… 복구 나선 SK

SK건설은 지난해 7월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에서 발생한 댐(세피안-세남노이 보조댐) 붕괴사고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다. 당시 붕괴된 댐을 SK건설이 시공했다. 지난 2012년 한국서부발전 및 현지기업 등과 합작으로 수주한 뒤 2013년 2월 착공, 올해 2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붕괴사고 당시 공정률은 92%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대형 참사가 터지면서 공든탑은 무너졌다. 댐 일부가 붕괴되면서 인근 마을에 5억톤 가량의 물이 쏟아진 것. 당시 사고로 수십명의 주민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라오스 현지 언론은 이재민의 규모만 6,000명 이상으로 추정했다.

SK건설은 즉각 사태 수습에 나섰다. 사고 직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긴급구호지원단을 현지에 파견해 구조활동 및 복구작업에 나섰다. 안재현 사장도 사고 다음날 직접 라오스로 출국했다. 

SK건설은 당초 흙댐으로 설계된 보조댐 D를 콘크리트댐으로 변경해 지난달 착공에 들어갔다. 또한 올해 1월부터 보조댐 E·F에 대한 안정성 보강 공사를 진행했으며 올해 12월 댐 완공을 목표로 복구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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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정부가 댐 붕괴 사고의 원인을 SK건설이라고 지목하자 SK건설이 즉각 반박했다./뉴시스

◇ 해외시장 신뢰도 하락?… “영향 최소화 할 것”

SK건설은 사고 당시부터 댐 붕괴 원인에 대해 ‘이례적 호우로 인한 강 범람으로 보조 댐 상부 일부가 유실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라오스 정부는 지난 28일(현지시간) 국가조사위원회와 독립전문가위원회(이하 위원회)에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결과, 보조댐의 기초 지반에 침식이 용이한 토사가 있었고, 해당 토사층에 물길이 형성돼 침식이 발생한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SK건설의 부실시공으로 원인을 결론지은 것이다.

이에 SK건설은 “라오스 현지 발표는 과학적, 공학적 근거가 결여돼 동의하기 어렵다”며 반박했다.

SK건설은 “위원회가 주장한 것과 같이 누수에 의한 파괴가 원인이라면 사고 전 댐 하단부에 대량의 토사 유출 흔적이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한국정부조사단과 조사를 수행한 세계 유수의 엔지니어링 업체들도 모두 위원회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SK건설의 올해 5월까지의 해외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한 384억원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라오스 댐 붕괴로 인한 여파로 풀이한다.

여기에 라오스 정부의 발표대로 SK건설의 부실 시공이 최종적 원인으로 드러난다면 막대한 배상금을 물론, 신뢰도 하락으로 향후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조심스런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SK건설 관계자는 “발표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현지에서 발표한 사고 원인에 대해 객관적 근거가 결여된 부분이 많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사고 이후에도 해외수주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지에서 발표한 사고 원인이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입증된 부분이나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만큼 향후 해외수주에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SK건설의 책임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SK건설이 사고 후 도의적 책임으로 현지에서 보수 및 복구 작업 등을 잘 수행해왔고, 현재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라며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수주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한 우려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에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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