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의 클리오(위)와 한국지엠 이쿼녹스가 나란히 아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클리오(위)와 한국지엠 이쿼녹스가 나란히 아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내수시장 판매실적 반등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던 르노삼성자동차 클리오와 한국지엠 이쿼녹스가 나란히 출시 1년을 맞고 있다. 하지만 기대 미치지 못하는 행보가 이어지면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지난해 5월 국내 시장에 출시된 클리오는 최근 ‘1년 성적표’가 나왔다. 출시 이후 정확히 1년 동안 거둔 판매실적은 4,546대다. 월 평균 380대를 파는데 그쳤다. 르노삼성은 당초 클리오의 월간 판매목표로 1,000대를 설정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1,000대는커녕 500대 이상의 월간 판매실적을 기록한 것도 극히 드물다.

특히 올해 들어 클리오 판매실적은 더욱 저조해진 상황이다. 5개월 동안 894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을 뿐이다. 월 평균 180대도 안 된다.

클리오보다 한 달 늦게 출시됐던 한국지엠 이쿼녹스의 상황은 이보다 더 좋지 않다. 출시 이후 11개월 동안 2,570대가 팔렸다. 월 평균 260대 수준이다. 이쿼녹스 역시 당초 판매목표는 월간 1,000대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이처럼 나란히 아쉬운 성적표를 기록 중인 클리오와 이쿼녹스는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먼저,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이 극심한 내수부진에 빠져있던 가운데 ‘분위기 반전’이란 중책을 안고 국내 시장에 출격했다.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으며, 수입방식으로 판매되는 점도 공통점이었다. 공교롭게도 판매목표치로 알려진 숫자 역시 같다.

다만, 구체적인 실패 요인은 조금 다르다. 클리오의 경우 국내 소형해치백 시장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블루오션을 공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국내 시장이 왜 ‘해치백의 무덤’이라 불리는지 증명만 한 꼴이 됐다. 이쿼녹스는 성장세가 가파른 SUV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빠르게 도태됐다. ‘가성비’의 한계를 넘지 못한 모습이다.

클리오와 이쿼녹스의 실패는 결과적으로 르노삼성 및 한국지엠의 내수부진 장기화를 낳고 있다는 점에서도 닮아있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내수시장 3위 자리를 쌍용자동차에게 내준 지 오래일 뿐 아니라, 수입차 브랜드에게까지도 추월을 허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오랫동안 성공을 거둬왔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국내 시장에서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한다”며 “보다 꼼꼼한 검토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없다면 실패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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