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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주총’ 논란 현대중공업, 실사에 해외승인도 난관… ‘첩첩산중’
‘도둑 주총’ 논란 현대중공업, 실사에 해외승인도 난관… ‘첩첩산중’
  • 권정두 기자
  • 승인 2019.06.03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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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임시 주주총회 장소를 점거한 현대중공업 노조와 사측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현대중공업은 이후 주총 장소를 긴급 변경해 안건을 처리했다. /뉴시스
지난달 31일, 임시 주주총회 장소를 점거한 현대중공업 노조와 사측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현대중공업은 이후 주총 장소를 긴급 변경해 안건을 처리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 현대중공업 앞에 ‘험로’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의 극렬한 반대를 뒤로 한 채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키며 큰 산을 넘는 듯했지만, ‘도둑주총’이란 지적과 대우조선해양 실사라는 또 다른 큰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우여곡절 끝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물적분할에 반발하며 주총 장소를 미리 점거하고 있던 노조로 인해 당초 정해둔 장소는 아예 봉쇄됐고, 무려 20km 떨어진 곳으로 장소를 긴급 변경하는 촌극을 벌인 끝에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노조는 뒤늦게 변경된 주총 장소로 진입해 거세게 반발했으나, 이미 안건이 처리된 뒤였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및 사업구조 재편을 계획대로 추진하는데 있어 무척 중요한 절차를 하나 마무리하게 됐다. 물적분할 이후 존속회사는 ‘한국조선해양’으로 이름을 바꾼 뒤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게 되고, ‘현대중공업’ 이름을 쓰게 될 신설 사업회사는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과 나란히 자회사로 위치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도 인수 절차를 마친 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편입되며,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넘기는 대신 한국조선해양 지분을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조금 일러 보인다. ‘필사저지’를 외쳤던 임시 주총이 긴급 장소변경을 통해 마무리되자 현대중공업 노조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3일 임시 주총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도둑 주총’으로 인해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등 절차적으로 심각한 위법요소가 있었다며 취소소송까지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노조의 물리적 봉쇄로 인해 임시 주주총회 개최가 어려워지자 오전 10시 30분 장소 변경을 긴급 발표했다. 당초 예정된 장소였던 한마음회관에서 20km 떨어진 울산대학교 체육관이 새로운 장소였고, 변경된 시간은 오전 11시 10분이었다. 주주들은 현대중공업이 제공한 버스 또는 자차를 통해 변경된 장소로 이동해 주총에 참여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이 주총 일시 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아 주주로서의 권리를 박탈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노조의 물리력 행사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법원에서 파견한 감사인의 지도에 의해 장소 및 시간 변경이 이뤄졌으며, 이를 충분히 알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과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향후 치열한 법적공방 및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노조 등 물적분할 및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하는 측은 임시 주총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뉴시스
현대중공업 노조 등 물적분할 및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하는 측은 임시 주총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뉴시스

이처럼 진통 속에 마친 임시 주총이 법적공방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넘어야 할 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관계자들로 꾸려진 현장실사단은 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아 실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출입구를 봉쇄한 노조에 가로막혀 한 걸음도 들여놓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진입을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및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달부터 현장실사를 저지하기 위한 천막농성을 이어온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현장실사는 이미 미뤄질 대로 미뤄진 상황이다. 서류실사는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현장실사는 노조의 반발 등 난관이 예상되는 통에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임시 주총과 달리 현장 실사는 노조의 봉쇄를 넘어야만 진행이 가능해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뿐만 아니다. 해외에서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최종 단계로 국내는 물론 해외 주요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유럽 등에서 승인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계 1·2위에 해당하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하나로 합친 뒤 독과점 문제에 얽힐 수 있다. 특히 양사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LNG운반선 부문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50%를 넘게 된다.

이러한 고민을 알고 있는 노조가 공정위를 압박하는 한편, 국제여론전에 돌입할 태세까지 보이면서 현대중공업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