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내부에서 잇단 막말 논란이 확산되자 황교안 대표가 직접 '경고성' 메시지를 내며 소속 의원들의 '입단속'을 당부했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잇단 막말 논란이 확산되자 황교안 대표가 직접 '경고성' 메시지를 내며 소속 의원들의 '입단속'을 당부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이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막말’로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부적절한 언행은 당의 정책이나 대안야당으로서의 면모를 지우고 ‘막말 정당’ 프레임만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막말 논란이 정당지지율은 물론 당 쇄신 이미지까지 깎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심각성을 인지한 황교안 대표는 “언행을 주의해달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면서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국당을 둘러싼 막말 논란은 지난 한 달 사이에만 여러 건 불거졌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여성 지지자 비하의 의미가 담긴 ‘달창’ 발언을 했다가 “정확한 뜻을 모르고 쓴 것”이라고 사과한 데 이어 김현아 원내대변인이 문 대통령을 향해 ‘한센병’이라고 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또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1일 당 워크숍에서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발언했다 논란이 되자 “인사권자로서 대통령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한 얘기를 왜 왜곡하느냐”고 발끈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헝가리 유람선 사고에 대해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이른바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말해 국민 감정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막말 논란에 휩싸인 의원들이 당 지도부 격인데다 ‘정당의 입’으로 불리는 대변인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 확산되고 있다.

이외에도 김순례 의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비하했고, 이종명 의원은 “5·18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언급해 각각 징계 조치를 받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의원의 발언도 문제가 돼 공개사과 했다.

◇ “탄력 받던 지지율 하락세”… 내부서도 ‘우려’

한국당의 막말 논란은 곧장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리얼미터·YTN가 지난달 27~31일 조사해 이날 발표한 5월 5주차 주간집계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의 정당지지율은 1.9%p 내린 30.0%를 기록해 5월 2주차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갔다. 리얼미터는 “중도층과 보수층, 대구·경북(TK)과 수도권, 20대와 60대 이상 등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 관계자는 “우리당 의원들의 발언이 취지와 다르게 해석되는 측면도 있지만, 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자꾸 막말 논란이 일면 국민 보기에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국민 여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문제가 되는 발언은 깔끔하게 사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달 31일 당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지난 100일과 당의 미래’ 강연에서 “말 한마디 잘 못하면 그것으로 우리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는 일을 우리가 여러 번 경험하지 않았나. 조금 더 차고 올라가려고 하면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어려운 상황,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상황 속에서 언행을 특별히 주의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막말에 막말로 대응하면 결국 우리가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이런 말, 이런 행동, 우리가 정말 조심해야 되겠다”고도 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황 대표는 최고위원들에게 “국민들이 듣기 거북하거나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지는 발언을 한다면 그것은 곧 말실수가 되고, 막말 논란으로 비화된다”며 “문재인 정권과 여당, 여당 추종 정당이나 단체의 비상식적이고 무례한 언행에 대해 똑같이 응수하면 안 된다. 항상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해 심사일언(深思一言), 즉 깊이 생각하고 말하라는 사자성어처럼 발언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직후에 한선교 사무총장이 취재를 위해 회의실 앞 바닥에 앉아있던 취재진을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네”라고 말하면서 황 대표의 경고가 무색해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한 사무총장은 이후 입장문을 내고 “기자들의 취재환경이 열악하여 고생한다는 생각에서 한 말로 상대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었다”라며 “앞으로 최고위원 회의 후 회의장 안에서 취재할 수 있도록 검토하는 등 열악한 취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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