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쓸 위기에 처했다. 올들어 연일 국회가 파행 상태를 이어가면서 법안 처리 실적이 직전 19대보다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텅 빈 국회 본회의장 모습. / 뉴시스
20대 국회가 '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쓸 위기에 처했다. 올 들어 연일 국회가 파행을 이어가면서 법안 처리 실적이 직전 19대보다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텅 빈 국회 본회의장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20대 국회가 연이은 정쟁으로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쓸 위기에 처했다. 특히 올해는 1월부터 매달 소집된 임시국회가 3월을 제외하고, 여야 간 정쟁으로 줄곧 파행돼 법안 처리 기록이 역대 최악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일 오후 5시 기준 2만 121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 가운데 처리된 법안은 5,978건(29.7%)에 불과한 반면, 처리되지 못한 법안은 1만 4,143건(70.3%)에 달한다.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썼던 19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 등으로 처리되지 못한 법안이 1만 393건(58.3%)인 것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썼던 18대 국회에서도 전체 1만 3,913건이 발의돼 7,735건(55.6%)이 임기 만료 등으로 처리되지 못했다.

이에 여야도 국회 정상화에 공감하고 각종 민생 법안 처리를 예고했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달 20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호프 회동’에서 정상화 협상을 선언하고 협상에 나섰지만 상대당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지난 2일 이인영 민주당‧나경원 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만나 ‘담판 협상’까지 벌였지만, 오히려 서로의 입장만 강조한 채 헤어졌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정상화 협상 핵심인 선거제‧사법제도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처리 방식과 관련해 합의문 작성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은 ‘관련 법안을 합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고수하면서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신경전으로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서, 법안 처리 역시 늦춰지는 모습이다. 내년 총선을 고려하면 앞으로 남은 의사 일정은 오는 6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 뿐이다. 통상적으로 7~8월은 국회 의정활동이 비수기고, 내년 1~4월은 총선에 대비해 지역구 활동에 전념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을 두고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6월이 시작되었는데 아직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아 국민들 걱정이 크다. 올해 들어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단 3일 열렸을 뿐이고, 4월 이후 민생 법안이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며 “정부 추경안이 제출된 지도 벌써 40일째가 된 만큼 국회에서도 답답함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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