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가 이수만 회장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지적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SM엔터테인먼트가 이수만 회장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지적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SM엔터테인먼트가 최근 불거진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의혹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 맞서 주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당면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 배당 없던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 개인회사엔 10년간 816억원 지급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인 것은 라이크기획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라이크기획과 프로듀싱, 자문 등의 계약을 맺고 연간 100억원 상당의 비용을 지불해왔다. 지난 10년간 지불한 금액은 816억원에 달한다. 2014년까지는 음반매출에 따른 수수료만 지급했지만, 이후엔 총 매출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지급해 규모가 증가했다.

문제는 라이크기획이 SM엔터테인먼트 창업주인 이수만 회장의 개인회사이자, 그 실체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이수만 회장은 라이크기획의 지분 100%를 보유 중이며, 라이크기획의 기업형태는 개인사업자다. 그밖에 내용은 파악되는 것이 없으며, SM엔터테인먼트 측도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등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최근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불미스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해 제기된 이 같은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부터 이수만 회장이 월급이 아닌 개인회사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챙겨가고 있다는 지적, 그리고 향후 자녀에 대한 승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에 SM엔터테인먼트는 공식입장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SM엔터테인먼트 측은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및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강조한 뒤 “이 같은 계약은 외부 전문기관들의 자문 및 검토를 거쳐 적정한 기준으로 체결됐으며,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고 법률적 문제점이 없다”고 밝혔다.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통해 SM엔터테인먼트가 한류 열풍을 일으킬 수 있었고, 상장 이후엔 거래 사실 및 규모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SM엔터테인먼트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른바 ‘행동주의 펀드’들이 국내에서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SM엔터테인먼트도 이들의 시야에 걸려든 모습이다.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 중인 KB자산운용은 4월초 SM엔터테인먼트 지분 5.06%를 보유 중이라고 최초 공개한데 이어 5월초엔 지분이 6.60%로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단숨에 SM엔터테인먼트 3대 주주로 뛰어오른 KB자산운용은 라이크기획을 둘러싼 의혹과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소명 및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행동주의 펀드를 운영 중인 4대 주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지분 5.13%) 역시 이 같은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지분을 합하면 11.73%다. 여기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주주권 행사를 대폭 강화한 2대주주 국민연금의 지분 8.18%까지 더해지면 19.91%가 된다. 이는 이수만 회장이 보유 중인 지분 19.04%는 물론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한 19.49%도 넘어선다.

일반 주주들이 가세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행동주의 펀드들이 SM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해 본격적인 행동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주주가치 실현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이러한 기대감을 가진 주주들은 행동주의 펀드의 행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을 부른 것은 SM엔터테인먼트의 소극적인 배당행보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00년 상장한 이래 단 한 차례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2000년 매출액 140억원, 영업이익 18억원 당기순이익 12억원에서 지난해 매출액 6,122억원, 영업이익 477억원, 당기순이익 234억원으로 급성장했지만 주주에 대한 환원은 없었다. 반면, 매년 적지 않은 규모의 비용을 이수만 회장 개인회사에 지급했고, 이익잉여금은 1,742억원까지 쌓였다. 주주 입장에선 충분히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라이크기획을 향한 시선도 엇갈린다. SM엔터테인먼트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계약 관계라고 밝혔지만, SM엔터테인먼트의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주주입장에선 라이크기획을 흡수합병하는 것이 더 좋은 방안일 수 있다. 실제 행동주의 펀드들이 자신들의 지분을 앞세워 이 같은 요구에 나설 가능성도 상당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일감 몰아주기 지적에 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식입장을 통해 “주주가치 증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해왔으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 등을 수립하고, 투자자들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불필요한 오해들을 해소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내놓지 않아 향후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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