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제4차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가 열린 31일 오후 천안 우정공무원연수원 강당에서 황교안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 '제4차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가 열린 31일 오후 천안 우정공무원연수원 강당에서 황교안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의 ‘5+1’ 회동 제안을 거절했다. 청와대는 오는 7일 여야 5당 대표 회동과 1대 1 단독회동을 동시에 추진하자고 제안했지만, 황 대표가 3당 원내교섭단체로만 이뤄진 3당 회동과 단독회동을 고집하면서 무산됐다. 황 대표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만남도 거부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황 대표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꽉 막힌 국회를 풀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4일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강 수석은 지난달 31일 한국당에 5당 대표 회동에 이은 단독회동을 추진하자는 안을 제안했고, 일자는 문 대통령의 순방 일정을 고려해 오는 7일로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틀 후 청와대에 ‘원내교섭단체 3당 회동과 단독회동’을 역제안하며 청와대의 제안을 거부했다. 청와대 역시 ‘5당 대표 참석’이라는 조건을 고수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청와대의 ‘5+1’ 회동 제안은 일종의 절충안이다. 문 대통령은 당초 대북 식량지원 문제 논의를 위한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제안했었다. 황 대표는 이를 거부하고 단독 영수회담을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5당 대표 회동 제안을 철회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한국당의 대여투쟁이 강경노선을 띠면서 국회 정상화에 대한 해법이 보이지 않자 “5당 대표 회동을 하면 단독회담도 가능하다”고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러 정당 대표를 (한꺼번에) 만나 한마디씩 하고 거드는 그런 만남은 의미가 없다. 일대일로 시간을 주시면 제가 민생 현장을 다니면서 들었던 이야기를 드리려고 한다. 그래야 의미 있는 회담이 될 것이다. 다른 당도 대통령이 시간을 내서 각자 만나면 된다. 사진 찍고 ‘먹방’(먹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만 하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회담이 아니다. 의미 있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고 해서 계속 일대일 회담을 요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권주자 입지 확장 노리나

황 대표가 이른바 ‘영수회담’으로 불리는 문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고집하는 것은 존재감을 부각해 확실한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황 대표는 지난 1월 한국당에 입당해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이전부터 꾸준히 대권주자로 분류돼왔다. 과반 득표로 당 대표 자리에 오른 후에도 보수진영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힌다. 하지만 원외정치인으로서 한계는 뚜렷하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해 3일 발표한(5월 27~31일 조사)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황 대표는 전체응답자 가운데 1위를 했지만, 지지도는 22.4%로 높지 않은 편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원외정치인이기 때문에 장외에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지적하는 정책투쟁으로 존재감을 키워나가는 게 중요할 수 있다”고 봤다. 민생 투쟁 대장정 일정을 끝낸 후 ‘2020 경제대전환 위원회’를 출범시킨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황 대표는 위원회 출범식에서 “비판을 넘어서 대안 중심으로 위원회의 기본적인 모든 논의 방향을 잡아주시기를 바란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폭정과 민생 ‘폭망’에도 불구하고 국민들께서 우리 당에 선뜻 지지를 보내시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 당만의 정책 대안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각 분야별로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정책 대안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야당이니까 정권과 각을 세우고 투쟁을 할 수는 있지만, 장외투쟁을 하면서 (황 대표가) 한국당의 ‘로드맵’을 제시하지는 못한 것 같다. 한국당 내에서 막말 논란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도 황 대표 리더십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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