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홍카레오 방송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튜브 캡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홍카레오 방송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튜브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소문난 잔치였지만 먹을 건 별로 없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콜라보레이션 방송 홍카레오에 대한 평가다. 실제로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예민할만한 사안은 피했고, 적당히 서로에 대한 공감을 표시하며 선을 유지했다. 사회를 봤던 변상욱 앵커는 “재미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꽤나 눈길을 끄는 몇몇 장면이 있었다. 첫째는 유시민 이사장의 전략이다. 첫 토론 주제였던 ‘#보수진보’에서 유 이사장은 보수의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 자유를 중시하는 보수라면,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을 옹호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진보진영에서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주장이지만, 보수진영 내에서는 꽤나 논쟁거리가 될만한 사안을 건든 셈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거론한 대목에선 의도가 조금 더 명확히 드러난다. 유 이사장은 “이분(황교안 대표)의 리더십 스타일이 왠지 몇 십 년 전에 흔히 보이던 스타일이 아닌가 걱정된다”면서 홍준표 전 대표의 평가를 넌지시 물었다. 홍 전 대표와 황 대표가 불편한 관계라는 것을 유 이사장이 모를 리 없다. 과거사 논쟁에 이어 보수진영 내 골을 넓혀 갈등을 촉발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방송 전 유 이사장은 지나가듯이 “가려움증으로 군대 안 간 사람보다 훨씬 낫지”라고 했다고 한다. 황 대표 보다는 홍 전 대표가 나은 인물이라는 의미였다. 

홍 전 대표는 “말하지 않겠다”며 말려들지 않았다.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홍 전 대표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례적이기까지 했다. 평소 황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터라 놀라움은 더 컸다. 사회자가 “진보진영은 지도자에 대해 비판을 하는데…”라고 살짝 부추겼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대신 홍 전 대표는 스스로를 “패전투수”라며 몸을 낮추는 선택을 했다.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투수가 지금 선발투수를 비판할 수 있겠냐는 것. 물론 불펜에서 투수가 몸을 풀고 있다는 건, 선발투수의 강판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함축적인 메시지는 있었다. ‘불펜투수론’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문재인 당시 새정치연합 대표와의 당내 대선경쟁 구도를 피하기 위해 사용했던 용어다.

◇ ‘황교안vs이낙연’ 구도에 ‘홍준표vs유시민’ 전략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 후 대표직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떠났던 홍준표 전 대표. /뉴시스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 후 대표직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떠났던 홍준표 전 대표. /뉴시스

콜라보 방송을 승낙한 홍 전 대표의 전략은 ‘컨벤션 효과’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목받는 이벤트를 통해 주목도를 상승시키는 방식이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유 이사장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것도 홍 전 대표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상대진영 인물과 ‘상수-대항마’ 관계로 묶여 정치적으로 함께 성장하는 일은 흔하다. 전임 총리와 현 총리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선두를 다투는 황 대표와 이낙연 총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래서였을까.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를 내심 기대하는 듯한 말도 했다. “그런 일은 절대 없다”는 유 이사장을 향해 홍 전 대표는 “내 보기에는 100% (정치권으로) 돌아온다”며 “절대는 스님 담뱃대”라고 응수했다.   
  
아울러 이미지 쇄신을 통한 중도확장 의도도 엿보인다. 홍 전 대표에게는 ‘막말’ ‘꼰대’ ‘홍발정’ 등의 부정적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지난 대선에서 경쟁자들로부터 “품격이 없다”는 공격을 자주 받았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홍 전 대표에게 열광하는 지지층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부정적 이미지를 벗지 않고서는 중도확장과 대선도전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홍카레오가 당초 기대했던 열띤 공방이 아닌, 훈훈한 장면으로 채워졌던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방송을 마친 뒤 홍 전 대표는 “서로 반대 진영을 증오와 분노로만 대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 갈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후기를 적었다. 이어 “상대에 따라서 대하는 방법이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점잖은 사람을 상대할 때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 해야 한다”며 “유시민 전 장관의 태도는 참 품위가 있었다. 나도 최대한 그를 존중하면서 토론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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