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이 4일 국회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발의했다. / 뉴시스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이 4일 국회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발의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최현욱 기자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이 4일 국회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발의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기반으로 한 선거제 개편안을 놓고 각 정당의 이견 차이가 상당한 가운데 정 의원의 중재안이 국회 내 새로운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석패율제란 소선거구제를 실시하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소선거구에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를 통해 구제할 수 있게 하는 선거제도다.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가 동시에 비례대표 순번에도 등재될 수 있게 한 것을 골자로 하며 하나의 비례대표 순번에 여러 명의 지역구 후보가 등록될 수 있다. 한 비례 대표 순번이 일정 이상의 정당 득표율을 얻어 당선 순번 안에 들고 이 순번에 등록돼 있는 후보들 중 두 명 이상이 지역구에서 낙선했을 경우 각 후보들의 석패율을 계산해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한 후보를 당선시키는 방식이다.

석패율 계산법은 정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석패율제를 도입하고 있는 일본은 ‘낙선한 비례 후보의 지역구 득표율’을 ‘해당 지역구에서 1위로 당선된 후보의 득표율’로 나누어 계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역구 후보자 중 3% 이상 득표한 후보자의 평균득표수’로 잡아 나누는 계산법을 토대로 한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석패율제가 도입될 경우 특정 지역에서 한 정당의 지지기반이 부족해 지역구 당선자를 내기가 힘들더라도 일정 수준의 득표율을 얻는다면 해당 지역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비례대표 의석이 지역구에 동시 출마했던 후보자에게 돌아가게 되면서 정치 신인 및 소수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설립한 비례대표제의 본질적 취지와 어긋난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정 의원은 “석패율제는 지역구 선거의 득표율이 비례대표 당선에 결정적이기 때문에, 정당정치의 기반이 약한 지역의 후보들에게 정당활동과 선거운동을 촉진시킬 수 있는 유인과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소선거구제만으로는 지역 장벽을 허무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예를 들어 호남에서 10%의 지지율을 가진 정당이라면 전체의석 30석 중에 3석은 얻어야 사표를 방지하고 표의 등가성에도 합치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석패율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 의원은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여론 속에 2011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가 석패율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고,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도입을 추진했지만 법제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며 “2015년에도 중앙선관위가 석패율 제도를 다시 제안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 의원은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도 충분히 협상에 나올 명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가 알기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총선 때마다 석패율제를 도입해서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얘기했었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 민주·한국 모두 부정적… 당내서도 이견

하지만 정 의원의 석패율제가 당장 현실화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정 의원의 발의안은 현재 당내에서도 공식 당론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석패율제과 관련해 논의를 나누긴 했지만 의원들 간에 공감대를 좀 더 형성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석패율제를) 지금은 받을 수가 없는 처지다. 패스트트랙은 논의의 시작이니까 바른미래당이 그러한 안을 가지고 있다면 거기에서 다시 얘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의 안을 당 차원에서 검토한 바는 없지만 우리가 현재 ‘비례대표 의석을 없애고 지역구 의석으로만 270석으로 해 국회의원 정수의 10%를 줄이자는 안’을 당론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는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 의원은 “석패율제를 우선으로 한다고 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기존에 올라가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병합이라도 해서 여야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며 “국회의 교착상태를 풀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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