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지 478일이 지났음에도 바른미래당의 정체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 뉴시스
출범한지 478일이 지났음에도 바른미래당의 정체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최현욱 기자  출범한지 478일이 지났음에도 바른미래당의 정체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소속 최고위원들은 5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당의 이념 문제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유승민 의원이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른미래당의 창당정신에 건전하고 개혁적인 중도보수 정당을 만들겠다고 못이 박혀 있는데 손 대표 체제 들어 당의 정체성이 잘못 가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 이날 논쟁의 화근이었다.

문병호 최고위원은 “손 대표 체제가 어떤 정체성을 지향하기에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것인가”라며 “손 대표 체제는 중도개혁이나 제3의 길을 지향한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손 대표는 어느 누구보다도 우리 당의 정체성을 제대로 지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 비판을 하는 유 의원이야말로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 건전하고 개혁적인 중도보수가 우리 당의 정체성인 양 주장하셨는데 통합시의 통합선언문이나, 창당시의 정강정책을 읽어보시고 하시는 말씀인지 궁금하다”며 “통합선언문, 정강정책 어디를 봐도 당이 중도보수를 지향한다는 내용이 없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의 방점은 보수에 있지 않고, 개혁에 있다”고 주장했다.

문 최고위원은 “유 의원은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가 결합되면 개혁적인 중도보수가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많은 당원들은 합리적인 보수와 함께하는 중도개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유 의원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우리당 정체성의 일부분이다. 일부분을 전체인 것으로 오해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문 최고위원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당이 창당할 때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가 힘을 합쳐 만든 당이 바른미래당이다는 것과 똑같은 내용을 ‘개혁적 중도보수’라는 표현으로 압축해서 쓰는 것일 뿐이지 상이한 내용이 아니다”고 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문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깜짝 놀라서 과연 유 의원이 했던 발언이 우리 창당정신과 합당선언문에 있는 내용과 배치되는 것인지 급히 인쇄해서 읽어봤다”며 “합당선언문 5항을 보면 ‘이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힘을 합쳐 우리 정치의 혁신을 바라보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고자 합니다’라는 문구가 명확히 있다”고 했다.

문 최고위원은 이에 “당 내에 중도라는 정체성과 개혁보수의 정체성이 병존하고 있는 것인데 유 의원은 그것이 건전하고 개혁적인 중도보수로 귀결되는 것처럼 얘기했다”며 “유 의원이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로 당 정체성을 잘못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는 데, 지난 4.3재보궐선거 득표율 때문에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지 마시고 당 정체성이 어떻게 가야 되고 거기에 손 대표 체제가 부합하는 것인가 이런 논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상호 발언을 재반박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을 상당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애초에 보궐선거 이후 있었던 논쟁이 당의 정체성을 바로잡고, 당이 어떻게 혁신할까에 의해서 시작됐던 논쟁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드린다”고 언급했다.

손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 민망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나는 당의 정체성을 세우는 데 최선을 다 하면서 대표를 해왔다고 자부한다. 당 대표로 출마하며 내세운 것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개혁이라고 얘기했고 취임하고 나서도 꾸준히 그것을 강조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보수할 사람은 보수를 하고 진보할 사람은 진보를 하되 보수와 진보를 함께 아우르는 실용정당, 경제정당으로 당의 위상을 만들어가자는 얘기를 쭉 해왔다”고 덧붙였다.

명확하지 않은 정체성은 바른미래당의 대표적인 취약점으로 평가받는다. 안 그래도 지지율과 지지기반이 부실한 상황에서 추구하는 이념조차 하나의 의견으로 좁히지 못 한다면 바른미래당의 슬로건인 자강·혁신·화합은 요원해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이런 문제로 공개회의에서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국민들이 당을 어떻게 생각할지 우려된다”며 “보다 더 생산적이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 힘을 집중해야지 이런 소모적인 논쟁을 반복하는 것은 당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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