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하고 있다.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을 언급하면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보수야권이 즉각 반발했다. 월북한 독립운동가로 북한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경력이 있는 김원봉을 현충일 추념식에서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6일 제64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든 진보라고 생각하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 안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보훈이라고 믿는다”며 “임시정부는 1941년 12월10일 광복군을 앞세워 일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광복군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다”고 언급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다른 날도 아닌 현충일에 김원봉을 추켜세우는 발언을 했다”며 “겉으로는 통합을 내걸지만 실제로 균열을 바라고, 대화를 이야기하지만 갈등을 부추긴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정치를 계속 싸움판으로 만들기 위해 도저히 보수우파가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으로 야당의 분노와 비난을 유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비록 한 정당의 후보로, 지지층의 투표로 당선됐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균형과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께서 분열과 갈등의 정치로 정치권과 국민에게 누구편이냐고 다그치고 있는 모습”이라며 “결국 내편과 네편을 갈라치는 정치”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독립과 건국이라는 역사의 갈래를 분별하지 않고 또한 6.25 전쟁이라는 명백한 북의 침략전쟁을 부각시키지 않다보니, 1948년 월북해 조국해방전쟁, 즉 6.25에서 세운 공훈으로 북한의 훈장까지 받고 북의 노동상까지 지낸 김원봉이 졸지에 국군창설의 뿌리, 한미동맹 토대의 위치에 함께 오르게 되었다”며 “역사는 한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믿고 싶고, 보고 싶은 대로 공식연설을 작성, 낭독하고 이것이 하나의 새로운 역사로 규정되어 후대에 전달되는 것은 그 자체로 역사왜곡”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원봉은 1948년 월북 뒤에 북한 최고인민회의를 이끌고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해 김일성으로부터 6.25 공훈자로 훈장까지 받은 사람이다. 그 뒤에 숙청당했다는 것이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며 “문 대통령은 이런 사람을 좌우통합의 모범으로 인정했다. 그것도 6.25 전쟁으로 희생된 장병이 안장된 곳에서 그분들을 추모하기 위해 전 국민이 묵념하고 있는 자리였다. 도무지 대통령이 진정한 국민 통합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아무리 좋은 말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한다. 6월이 호국 보훈의 달인 이유는 6.25 전쟁 때문”이라며 “3.1절이나 광복절도 아니고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면서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고위직을 지낸 사람을 언급하는 것은 나라 위해 쓰러진 대한민국 호국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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