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외국인 용병 제리 샌즈가 안타를 친 뒤 ‘K’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키움 히어로즈의 외국인 용병 제리 샌즈가 안타를 친 뒤 ‘K’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키움증권이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이하 히어로즈) 메인스폰서로 나선 첫 시즌이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우려와 달리 긍정적인 평가에 힘이 실리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1월 히어로즈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며 주목을 받았다. 연간 100억원, 계약기간 5년에 달하는 상당한 규모의 계약이었다.

앞서도 히어로즈 스폰서 등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을 펼쳐왔던 키움증권 입장에선 보다 적극적으로 야구 마케팅에 나선 것이었다. 이를 두고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등을 노리던 키움증권이 인지도 및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위해 공을 들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려도 없지 않았다. 히어로즈는 2013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프로야구 강팀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 굵직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우선, 지난해 2월 이장석 전 대표 등 경영진이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구단 운영상의 난맥상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의혹만 난무했던 ‘뒷돈 트레이드’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뒤이어 일부 선수들이 성폭행 혐의에 휩싸이면서 히어로즈는 더 깊은 수렁으로 추락했다.

이처럼 연이은 사건과 파문으로 히어로즈를 향한 시선은 싸늘하게 변했다. 히어로즈의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고, 관중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지난해까지 메인 스폰서로 동행해왔던 넥센타이어는 스폰서비 지급까지 중단하며 적극적인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때마침 넥센타이어와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 계약은 지난해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이에 각종 논란을 일으킨 히어로즈가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과 우려가 쏟아졌다. 히어로즈가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긴 했지만, 메인 스폰서로 나서기엔 부담과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시즌을 마친 뒤 넥센타이어와의 재계약에 소극적으로 나서던 히어로즈는 키움증권을 새 파트너로 맞이했다.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키움증권은 히어로즈를 통한 야구 마케팅의 효과 및 효율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익숙했던 ‘넥센 히어로즈’는 ‘키움 히어로즈’로 이름을 바꾸고, 엠블럼은 물론 유니폼도 싹 바꿨다. 하지만 우려했던 리스크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1월 여성 축구 심판 및 단장 출신인 임은주 전 단장을 새로 선임했다. 그러나 임은주 전 단장을 둘러싼 각종 논란 및 의혹이 제기되면서 열흘 만에 사의를 표했다. 구단 경영상의 문제로 볼 수 있는 사건이 또 한 번 발생한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후 추가 논란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서 키움증권의 선택은 점차 ‘신의 한 수’로 평가되고 있다.

먼저 성적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시즌 초반부터 안정적인 성적을 이어가며 지난 6일 기준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은 올 시즌 안타 등을 때려낸 뒤 ‘키움’을 의미하는 ‘K’를 손가락으로 표현하며 세리머리를 펼치고 있다. 올 시즌 유독 상위권과 하위권의 차이가 뚜렷한 가운데,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젊은 선수들의 도약이 꾸준히 이뤄지면서 ‘키움증권’의 이름 및 이미지와 부합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프로야구 구단 중 대표적인 ‘화수분 구단’으로 꼽힌다. 최근 수년간 젊은 스타선수를 꾸준히 배출해왔고, 올 시즌 역시 이러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일주일에 6일, 3시간 안팎의 경기가 펼쳐지는 프로야구 특성상 브랜드 노출 효과가 크다는 점도 키움증권이 기대했던 부분이다. 특히 키움 히어로즈는 돔구장을 홈구장을 사용하고 있어, 우천취소로부터 자유롭다. 지난 4월 9일의 경우 나머지 4경기가 취소된 가운데 유일하게 경기가 진행된 바 있다. 이런 날은 브랜드 노출 효과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다양한 마케팅도 이어지고 있다. 키움증권은 시즌 개막에 앞서 ‘키움 히어로즈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키움증권의 저축은행 계열사들도 ‘키움히어로즈 정기예금’을 선보였다. 정기예금의 경우 키움 히어로즈의 시즌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한 홈 개막전, 어린이날 등을 맞아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최근엔 글로벌 펀드에 가입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야구관람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보다 적극적인 프로야구 마케팅을 바탕으로 키움증권은 지난 4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증권사 브랜드평판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비록 많은 공을 들인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통과엔 실패했지만, 5년의 계약기간 동안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히어로즈는 한때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란 우려에 휩싸인 구단이었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그런 히어로즈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이제 그 선택은 ‘신의 한 수’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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