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주요당직자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당직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주요당직자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당직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이 21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현역의원들을 대폭 ‘물갈이’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0대 총선 ‘공천 파동’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관련된 일부 의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황교안 대표 취임 후 잠잠해졌던 계파갈등이 공천을 전후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당 신(新)정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은 6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저희 당의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당했고 그 뿌리가 되는 2016년 20대 총선 공천의 많은 후유증을 갖고 있는 당이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의 책임이 자유로울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역 물갈이는 과거보다 적지 않을 것이고 기본적으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물갈이 폭도 크게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정치혁신특위는 공천룰을 포함한 시스템을 논의하는 당내 기구다.

신 위원장은 “2008년엔 ‘친박(친박근혜) 학살’이라는 공천 파동이 있었고 2012년엔 ‘친이’(친이명박)계가 많이 (공천) 탈락이 됐고 2016년도에는 극단적인 공천 후유증이 있었다. 모든 한국당의 어려움이 공천 문제로 발생했다고 진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계파들의 이익을 위한 ‘사천’ ‘자기 사람 심기’ 등 전근대적인 공천방식을 룰에 입각한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으로 만들자는 것이 큰 주제”라며 “과거를 교훈으로 삼아 보수 우파 궤멸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한국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 ‘이기는 공천’을 하자고 목표를 뒀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이 ‘박 전 대통령 탄핵과 20대 총선 공천에 책임이 있는 인사’를 언급한 것은 사실상 당내 주류인 친박계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신 위원장은 이른바 ‘막말 논란’을 일으킨 인사에 대해서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도층의 마음을 보듬고 국민의 지지를 다시 받아야 된다. 지지층만 갖고 선거를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막말 논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데 현역 의원의 경우 징계 조치를 하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감점 또는 경우에 따라서 공천 배제원칙을 세우는 것으로 강한 조치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 자칫하면 '20대 공천파동' 반복 우려

이 같은 ‘물갈이 공천’은 황교안 대표가 취임 후 줄곧 강조해온 당내 ‘혁신 작업’과 맥락을 같이 한다. 황 대표는 취임 100일째를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금 우리는 혁신과 변화의 길을 가고 있다. 우리 스스로 당을 개혁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역사의 주체세력이 될 수 없다. 우리는 혁신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와 국민에 무한대의 책임의식을 갖고 미래와 통합을 향해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당 워크숍에서 한 ‘지난 100일과 당의 미래’ 강연에서도 “지금 우리 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이 조금씩 회복이 되고 있지만, 보다 더 의미 있는 성과로 나오기 위해서는 우리가 낡은 관습들을 과감하게 결별하고 끊임없이 변화해나가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우리 스스로 하나가 된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변화와 혁신의 길로 나아가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 체제 출범 후 한국당은 약 2,000여 명의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당의 체질을 변화시키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각 당협과 중앙위원회, 인재영입위원회가 전문 영역별로 추천해서 입당을 추진하고자 하는 인재가 2,000명 정도가 된다. 몇 단계 검증을 거쳐서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의 ‘영입인재 1호’와 ‘국민 감동 인재’라는 타이틀로 특별한 영입 이벤트도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여성·청년으로 대표되는 정치신인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 때문에 향후 공천 과정에서 ‘세대교체’라는 명분으로 적지 않은 다선 중진 의원들이 배제되거나 감점을 받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 대표는 최근 “중도로의 확장성이 필요한데 결국 그 포인트는 2030세대가 될 것이다. 우리가 여성·청년과 좀 더 가까워지지 못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고 우리 당의 미래도 결코 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당내에서는 일부 반발 움직임도 감지된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향한 정당한 비판이 ‘막말 논란’으로 희석되고 있는 상황을 당 지도부가 감싸주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이런 가운데 공천룰로 막말 논란을 일으킨 현역의원을 배제한다는 논의가 시작되면 극심한 내홍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당의 한 관계자는 “총선 승리를 위해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계파 문제를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어떤 특정 계파를 겨냥한 공천이 된다면 또 공천을 앞두고 시끄러운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일단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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