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건물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돌린 박모(57)씨에게 모욕죄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 뉴시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건물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돌린 박모(57)씨에게 모욕죄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갑질’이라는 표현을 두고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표현이 다소 무례하더라도 사람에게 사회적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또는 경멸적 표현을 해야 한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건물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돌린 박모(57)씨에게 모욕죄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대구 중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씨는 지난 2016년 5월, 건물 소유주와 임대차 문제로 다퉜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2017년 8월, ‘건물주 갑질에 화난 미용실 원장’이라는 제목의 미용실 홍보 전단지 100여장을 제작해 지역 주민에게 배포했다. 전단지 일부는 미용실 정문에 부착했다. 검찰은 박씨 행동을 두고 ‘마치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갑질하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모욕한 행위’라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1심은 박씨 행동에 대해 “갑질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하는 부당한 행위’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경멸적 표현에 이를 정도로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로 선고했다. 반면, 2심 판단은 달랐다. ‘건물주 갑질에 화난 원장’이라는 표현이 피해자 건물주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고 모욕이라고 보고 박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2심 판단을 다시 뒤집은 것은 대법원이다. 대법원은 “박씨와 건물주의 관계, 박씨가 전단지를 작성하게 된 경위, ‘갑질’이라는 표현의 의미와 전후 상황 등을 살펴볼 때 객관적으로 건물주에 대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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