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히 긴밀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히 긴밀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자유한국당의 공천을 둘러싼 신경전이 초반부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신상진 한국당 신정치혁신특위 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는 현역의원 교체 가능성을 언급한 뒤부터다. 원론적인 방향으로 실체화된 내용은 아직 없으며 물갈이설까지 나아가기에는 부풀려진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18대 국회의원 선거 이래로 매번 ‘공천학살’을 경험했던 한국당 인사들로서는 단순히 기우로만 치부하긴 힘들다. 청와대와 같은 확고한 리더십이 없는 야당에서 공천전쟁이 더 치열하다는 것은 정치판 진리다.

신호탄은 ‘진박’으로 통하는 홍문종 의원이 쐈다. 11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홍문종 의원은 “신상진 의원은 황교안 대표의 심중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는데, 밖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집주인보고 나가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황교안 대표가 개혁공천이라는 명분으로 친박계 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려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셈이다. 지난 공천과 관련해 “실세와의 친소관계로 룰에 의한 공천이 안 됐다”던 신 위원장의 발언이 일부 친박계 의원을 자극했다.

홍 의원이 끌어들인 것은 ‘태극기 세력’이다. 황 대표가 보수우파 진영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한국당 밖에서 “태극기 빅텐트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천학살을 염려한 일종의 엄포성 발언인지 속내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홍 의원을 비롯해 김진태 의원 등 이른바 ‘태극기 친박’이 황 대표와 결이 다르다는 것은 이미 지난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확인됐다. 따라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홍 의원이 정리대상이 되느니 차라리 당을 떠나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황교안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며 탈당을 예고한 홍문종 의원. /뉴시스
황교안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며 탈당을 예고한 홍문종 의원. /뉴시스

아이러니하게 친박 공천배제설은 옛 바른정당계 의원들로 불똥이 튀고 있다. 홍 의원은 “보수와 우익의 가치 이념에 동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탄핵에 찬성했었고 보수우익의 가치를 지키는 데 있어 소극적이거나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이 (한국당에) 있다”며 “본인들은 혁신세력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보수를 배반했고 보수를 대변하기에는 지극히 부족한 사람들”이라고 바른정당계 인사들을 정조준했다.

공개적인 발언을 삼가고 있지만, 바른정당계 의원들 사이에서 불편한 기류가 일부 감지된다. 태극기 세력과 중도보수를 아우르려는 황 대표가 친박계와 함께 바른정당계까지 배제를 고려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신정치혁신 특위는 탄핵책임론과 함께 세대교체 등을 언급하며 대폭의 물갈이를 예고했는데, 바른정당계는 탄핵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은 물론이고 공교롭게도 대부분 다선의원이다. 교체대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여의도 정가에서는 친박계 인사들의 탈당을 시작으로 보수재편이 시작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내놓는다. 공천에서 배제된 친박계와 바른정당계가 탈당해 각각의 세력화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다. 물론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도부가) 신인과 다선의 조화를 맞출 것”이라며 “인위적인 공천은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이라는 최대변수가 남아 있어 미래를 예단키 어렵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현행보다 소수정당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통과될 경우, 대선주자급 정치인을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하려는 움직임에 원심력이 더해질 수 있다. 총선승리를 발판으로 차기 대권에 도전하려는 황 대표 입장에서 선거법 개정만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일각에서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처럼, 한국당 내에서 개정에 찬성하는 의견도 없지 않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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