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 여사는 이희호 여사의 임종 전 병실을 찾아 “사랑하고 존경한다. 우리가 오래 기억하겠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때 이희호 여사가 눈을 뜨는 기적을 보였다. / 뉴시스
권양숙 여사는 이희호 여사의 임종 전 병실을 찾아 “사랑하고 존경한다. 우리가 오래 기억하겠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때 이희호 여사가 눈을 뜨는 기적을 보였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말처럼 ‘기적’이었다. 이희호 여사는 임종 전 권양숙 여사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기력이 쇠해 눈을 감고 지낸지 이틀 만이었다. 그제야 가족들은 이희호 여사와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이후 가족들은 찬송가 ‘나의 갈길 다 가도록’을 부르고 시편 23장을 낭독했다. 박한수 김대중평화센터 기획실장은 “여사님이 따라 부르는 것 같이 입을 깜빡깜빡 해 가족들이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박한수 실장은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희호 여사의 임종 순간을 설명하며 이에 앞서 권양숙 여사가 병실에 방문한 사실을 공개했다. 권양숙 여사는 이희호 여사에게 “제가 외로울까봐 봉하에도 자주 오셨는데 최근에 뵙지 못했다”며 아쉬운 마음과 함께 “사랑하고 존경한다. 우리가 오래 기억하겠다. 대통령 곁에 가실 수 있어서 여사님 좋으시겠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이때 이희호 여사가 눈을 뜬 것이다.

이희호 여사와 권양숙 여사는 동병상련의 정으로 서로를 다독여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불과 3개월 만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노무현재단 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라고 말씀하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세상을 떠나고 두 영부인은 더 깊은 위로와 정을 나누며 교류를 이어왔다”고 전했다.

특히 “이희호 여사는 2009년 10월21일 봉하마을에서 권양숙 여사를 만나는 것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후 첫 바깥 활동을 시작했고, 건강이 허락했던 2014년까지 5월이면 늘 봉하를 방문했다”는 게 노무현재단 측의 설명이다. 권양숙 여사는 이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빈소를 찾아 이희호 여사를 추모했다.

이희호 여사는 “우리 국민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유언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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