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조현민 전무의 경영 복귀를 둘러싼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최근 경영에 복귀한 조현민 한진칼 전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조현민 전무는 지난 10일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지난해, 이른바 ‘물벼락 갑질’로 경영에서 배제된지 14개월 만이다. 조 전무는 이날 서울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으로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무는 지난해 4월 광고대행사 직원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물컵을 던지는 등 이른바 ‘물벼락 갑질’로 물의를 빚었다. 이에 조 전무는 특수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당국의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및 공소권 없음으로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한진그룹이 조 전무의 경영 복귀에 대해 ‘문제 없음’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 전무의 경영 복귀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지난해 온 나라가 ‘갑질’로 떠들썩했던 만큼 조 전무의 복귀를 달갑게 보지 않는 시선이 다수인 상황. 계열사인 진에어와 대한항공 노조 사이에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 한진칼 지분을 확대 중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에 경영권 분쟁의 빌미를 추가로 제공한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온다. KCGI는 조원태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정당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한 바 있다.

◇ 조원태, 조현민 복귀로 우호지분 확보·갈등설 봉합 나서

재계에서는 조현민 전무의 경영 복귀를 두고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 확대 행보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이 소수 지분으로 회장직에 오른 만큼 경영권 방어를 위해선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 등 ‘누이’들의 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이어서다.

현재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한진칼 지분 보유 현황은 조원태 회장 2.34%, 조현아 전 부사장 2.31%, 조현민 전무 2.27%다. 지난 4월 별세한 조양호 전 회장은 17.84%를 보유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KCGI와의 경영권 분쟁에 있어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전무 등 누이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뉴시스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이 상속과 관련한 유서를 남기지 않았을 경우 조 전 회장의 지분 중 5,94%는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상속받고, 조 회장을 비롯한 삼남매는 각각 3.96%를 상속받게 된다.

사모펀드 KCGI는 현재 한진칼 지분을 15.84%까지 늘렸다. IB업계에서는 KCGI가 한진칼 지분을 2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조원태 회장이 KCGI와의 지분 대결에서 가족 갈등설을 봉합하고, 우호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조현민 전무의 경영 복귀를 결정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 KCGI “조 전무 복귀, 유감스러워”

하지만 조현민 전무의 경영 복귀가 KCGI에게 되레 경영권 분쟁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시선도 있다. KCGI가 비판 여론에 힘입어 조 전무의 경영 복귀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시선이다.

실제 KCGI는 12일 주주가치를 훼손시킨 조현민 전무의 경영 복귀에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이번 경영 복귀가 임원 보수를 통한 상속세 재원 마련 차원이라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아울러 KCGI는 한진칼 이사들을 상대로 △한진칼 이사들이 조현민 전무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주가 폭락 등 피해에 관해 취할 조치 △조 전무 재선임 배경과 이사회의 역할 △조 전무 보수와 퇴직금 지급 기준 등이 담긴 서한 발송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 5일 KCGI는 조양호 전 회장 별세 후 조원태 회장의 선임 과정에서 적법성이 결여됐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KCGI는 조 회장이 한진칼 회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회장 선임 안건이 이사회에 적법하게 상정돼 결의됐는지에 대한 조사를 법원에 요청했다.

이와 관련 한진그룹은 “조현민 전무의 물컵 사태로 인한 (KCGI 측의) 주가 하락 주장은 억지”라며 “퇴직금 등도 주총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승인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조 전무의 경영복귀는) 한진칼 임원 채용 절차 등 내규에 따라 적법하게 채용한 것”이라며 ”조 전무는 검증된 마케팅 전문가로, 이를 통한 그룹 주주가치 제고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조현민 전무의 경영 복귀가 언니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서두를 것이라는 풀이다.

다만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명희 전 이사장과 함께 가사도우미 불법 채용과 밀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현 시점에서의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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