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여의도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총선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공천 경쟁이다. 그런데 의외로 민주당은 과거와 다르게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다. 신상진 신정치혁신특위 위원장의 공천관련 한 두 마디에 자유한국당 내부가 발칵 뒤집힌 것과 비교하면, 차이는 확연하다. 개별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없진 않겠지만, 당 지도부를 흔들만한 조직적인 움직임은 아직까지 포착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난립했던 당내 계파들이 ‘친문’으로 일원화된 것이 꼽힌다. 다양한 정치세력과의 연대와 통합으로 몸집을 불려온 민주진영은 태생적으로 계파가 난립할 수밖에 없었다. 최대계파였던 친노와 동교동계를 비롯해 손학규계, 정세균계, 민평련계, 정동영계, 안철수계, 김한길계 등 셀 수 없이 많았다. 유력 정치인과 이념을 중심으로 이합집산과 공천이 이뤄지다보니 권력다툼과 지분 나눠먹기 등 문제가 적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비대위가 꾸려질 때, 비대위원 선정에 계파안배부터 고려했던 시절이 불과 2014년으로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계파 수장급 중진들이 이제는 정치일선에서 물러날 시기가 됐다. 친노로 통했던 문희상 국회의장은 특별한 상황이 없다면 관례에 따라 정치원로로 물러날 공산이 크다. 출마설이 돌고 있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비노 중진인 박영선 의원과 진영 의원은 내각에 입각해 사실상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친문’ 외에 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울만한 세력도 구심점도 현재는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과 분당한 것이 결과적으로 당내 갈등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일수록 공천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데, 민주진영은 호남지역을 놓고 동교동계와 진보세력 간 골이 깊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호남지역 국회의원 상당수가 문재인 당시 대표를 비토하며 탈당행렬에 동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뿐만 아니라 안철수계, 손학규계, 김한길계, 동교동계가 동시에 이탈함으로서 복잡다단했던 민주당 내 계파구도가 정리된 측면이 있다.

정권교체 이후 당내 갈등으로 비춰질만한 돌출발언이나 행동을 의식적으로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도 공천 잡음이 적은 이유 중 하나다. 노무현 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이나 친박·비박 갈등으로 자멸했던 새누리당이 반면교사가 됐다. 최근 이해찬 대표는 전해철 의원과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을 각각 특보단장과 민주연구원장으로 임명했는데, 당 안팎에서는 그간 경쟁관계에 있던 당권파와 친문핵심들이 손을 잡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전략공천 최소화’와 ‘경선우선’ 원칙을 천명해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한 것은 좋은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이는 막판에 가서야 겨우 룰을 확정하고 공천을 했던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신인에게 최대 20%의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청와대 출신 중심의 ‘친문공천’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이를 문제 삼는 모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조강특위 부위원장)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공천 즈음해서 원칙과 방식이 바뀌는 일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6월말 당원투표를 거치면 누구도 바꾸지 못할 최종적인 공천룰이 될 것”이라며 “지도부의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한 룰을 가지고 경선을 치른다는 원칙에 대해 크게 불만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지역에 따라 특수한 상황이 벌어져 불만이 있는 지역구가 있다”면서도 “청년·여성·노인·신인 등을 배려하지 않으면 당의 변화가 어렵다는 명분에 공개적으로 대항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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