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이 건전성 관리를 놓고 고심에 빠질 전망이다.
페퍼저축은행이 건전성 관리를 놓고 고심에 빠질 전망이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호주계 페퍼저축은행의 자산 성장세가 눈부시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총 자산규모 2조원을 돌파하며 업계 ‘빅5’에 진입했다. 다만 공격적인 성장에만 너무 주력한 탓일까. 연체율을 비롯한 건전성 지표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 치솟은 연체율, 어쩌나  

페퍼저축은행은 호주 페퍼그룹이 2013년 10월 옛 늘푸른저축은행을 인수해 출범시킨 곳이다. 그 해 12월 페퍼그룹은 호남 지역의 한울저축은행 자산을 인수하며 규모를 확대했다. 출범 첫해인 2013년 말 기준 총 자산은 4,004억원에 불과했지만 경기도와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며 자산을 빠르게 불렸다. 2016년 총 자산이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2조원을 돌파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자산은 2조4,031억원으로 전년(1조7,125억원) 대비 40.3% 성장했다. 올 1분기에도 증가세는 이어졌다. 

1분기 페퍼저축은행의 총 자산은 2조6,933억원을 기록했다. 페퍼저축은행의 파죽지세로 업계 자산 순위도 요동을 쳤다. 페퍼저축은행의 자산 규모 순위는 전년보다 다섯 계단 오른 5위를 기록했다. 또 1분기에는 유진저축은행을 제치고 4위에 올라섰다. 어엿한 대형 저축은행으로서 입지를 다진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내실다지기에 좀 더 힘써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분기 말 페퍼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38%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89%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정여하여신비율은 5.89%로 1.71%포인트 올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총 대출액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된 비율로, 부실 대출채권을 의미한다. 이 비율이 치솟을수록 건전성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페퍼저축은행의 연체율은 2017년까지만 해도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던 바 있다. 2015~2017년까지 페퍼저축은행의 연체율은 2~3%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7%대까지 치솟아 시장의 우려를 샀다. 업계에선 페퍼저축은행이 신용대출 규모가 확대되면서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올해는 여신 건전성 관리에 더욱 고삐를 조여야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수익성 관리도 과제로 거론된다. 페퍼저축은행은 1분기 3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진다. 대손충당금 이슈를 제외하면 실적이 당장 크게 나빠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다만 저축은행 업황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하긴 어렵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계에 각종 대출규제를 드리우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이 강화돼 저축은행 업계의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페퍼저축은행이 외형과 건전성, 수익성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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