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관피아.’ 관료와 이탈리아 범죄조직인 마피아의 합성어로, 공직을 퇴직한 사람이 관련 기업에 재취업, 학연·지연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세력을 일컫는 말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논란’이 확대되면서 한동안 금융권 주요 협회장과 요직 인선에 변화가 찾아왔던 때가 있었다. 관료 출신이 요직을 맡는 관행을 깨고, 민간 출신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관료 출신들의 금융권 협회 요직 인선 낙하는 2017년부터 부활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첫 테이프는 손해보험협회가 끊었다. 그리고 올해 초 저축은행중앙회가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 출신인 박재식 신임 회장을 선임했다. 

최근엔 여신금융협회까지 대열에 합류했다. 여신금융협회는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최종 회장 후보로 내정했다. 김주현 내정자는 재무부(현 기획재정부)를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거친 관료 출신 인사다. 

그의 선임이 마무리되면 6개 금융협회장 중 절반이 관료 출신으로 채워진다. 아울러 여신금융협회는 3년 만에 다시 관료 출신을 회장으로 맞이하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관피아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로의 인선 관행 회귀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여신금융협회가 이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관 출신을 선임한 데는 ‘당국과 소통할 수 있는 힘 있는 인사’가 필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여신업계는 당국의 규제와 소비자 보호 정책 강화로 어려움에 마주하고 있다. 

특히 카드업계는 잇단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있다. 이에 당국에 업계의 입장을 대변해줄 수 있는 인사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 내정자는 금융 고위 요직을 거친 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행정고시 동기(25회)로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과거 공직생활의 경험과 인연을 토대로 원활한 소통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이 얼마나 충족될지는 미지수다. 그간 관료 출신 회장이 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데 얼마나 성과를 보였는지를 되묻고 싶다. 실제로 업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커뮤니케이션이 잘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것은 맞지만 걱정도 된다”며 “적극적으로 당국 인사와 만나고 때로는 설득도 해야 하는데 이전에 관 출신 인사들의 사례를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오히려 후배들을 만나 설득당하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반신반의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현안은 당국과의 치열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때론 갈등이 불가피하다. 김 내정자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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