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6 11:59 (월)
[인터뷰] ‘가짜뉴스 저격수’ 최배근 교수 “공정경제-혁신성장 발맞춰야”
[인터뷰] ‘가짜뉴스 저격수’ 최배근 교수 “공정경제-혁신성장 발맞춰야”
  • 권정두 기자
  • 승인 2019.06.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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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문 가짜뉴스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는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만났다. /사진=김경희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마디로 사기성 기사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8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상당수 언론들은 2017년 음식점 폐업률이 92%로 6년 만에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는 보도를 연일 쏟아낸 바 있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을 원인으로 지목하거나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내용도 이어졌다.

최배근 교수는 이 같은 보도를 ‘사기’, 즉 ‘가짜뉴스’라고 규정하며 발끈했다. 그리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제시했다. 애초에 문제가 된 수치는 2017년이 아닌 2016년 자료였다. 또한 음식점 폐업률이 90% 수준에 이른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아닌 셈이다.

이처럼 최배근 교수는 경제 부문의 ‘가짜뉴스 저격수’로 꾸준하게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TV, 라디오, 인터넷방송, 저서, 그리고 연구 및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까지 몸이 10개라도 모자란 상황이다. 최근에도 경제 부문의 ‘가짜뉴스’가 포착되면 여지없이 일갈을 가하고 있다.

가짜뉴스를 파헤치는 최배근 교수의 날카롭고 냉철한 분석은 많은 이들에게 ‘사이다’라는 찬사를 받는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왜곡된 ‘경제 실패’ 프레임에 갇힌 바 있는 진보진영을 향한 공격을 앞장서서 막아내며 매서운 역공까지 펴고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그 누구보다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현재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 왜곡된 가짜뉴스가 만들어낸 경제위기는 오히려 진짜 위기를 은폐시키고 성장과 발전을 저해한다. 최배근 교수의 부단한 활동이 특정 진영을 넘어 우리 경제발전을 위해 중요한 이유다. 바쁜 시간 속에 잠시 시간을 낸 최배근 교수를 <시사위크>가 만났다.

최배근 교수는 최근 자신의 저서 <이게 경제다>를 통해 경제 부문의 각종 가짜뉴스들을 지적하는 한편 미래를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사진=김경희 기자

-경제 부문의 가짜뉴스 팩트체커 역할을 하고 계시다. 모든 분야에서 문제가 심각하지만, 특히 경제 부문의 가짜뉴스는 어떤 문제를 갖고 있나.
“일부 보도는 무지나 이해부족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특정 정파나 계층 등의 이해관계에 기반한 보도는 국민들에게 부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균형 잡히지 않은 보도로 증오의 정치를 확대·재생산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그동안 많은 가짜뉴스의 실체를 밝혀오셨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했던 사례를 꼽아 본다면.
“경제성과는 연속성을 갖고 있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경제정책의 평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비난을 하기 위해 특정 시점의 특정 통계를 선택해 객관적 사실을 왜곡시키고 있다.

먼저,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 목표라 할 수 있는 소득분배와 관련된 뉴스를 보자. 소득주도성장 정책들을 공격하기 위해 해당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8년 상반기의 저소득층 가계소득 악화와 소득분배 악화를 콕 집어 지적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말인 2016년 4분기에 전체 가계 중 소득하위 60%의 소득이 후퇴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외면한 것이다. 실제로는 후퇴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8년 상반기엔 하위 50%, 2018년 하반기엔 하위 40%의 가계소득 후퇴로 점차 축소되는 흐름이다. 올해 1분기엔 하위 20%까지 축소됐다. 서민층의 가계소득이 개선된 것을 정반대로 포장한 것이다.

시사위크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최배근 교수. /사진=김경희 기자

또 하나 예를 들자면 취업문제가 있다. 2018년 2월부터 취업자의 절대 숫자가 급감하자, 왜곡 보도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는 인구구조의 문제로,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40대까지의 인구가 감소하는 반면, 50대와 60대 인구는 급증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고용률이 낮은 60대 이상 인구 비중이 증가했고, 고용률이 높은 30대, 40대 인구 비중은 감소했다. 당연히 취업자의 절대적 숫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핵심 원인은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 인구구조의 변화다.

연령대별 취업자 숫자도 마찬가지다. 인구가 증가하는 연령대에서는 실업자와 취업자가 동시에 증가하고, 인구가 감소하는 연령대에서는 동시에 감소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특정 연령대는 실업자 수 증가를, 특정 연령대는 취업자 수 감소를 부각시킨다.

또 60대 이상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소득하위 20% 가계는 대부분 60대 이상이 구성하고 있다. 고용률이 낮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득하위 20%의 소득 감소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마치 그 원인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있는 것처럼 왜곡한다. 반면, 소득주도성장 정책들로 인해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축소된 점이나 임금근로자의 양극화가 개선된 점 등은 보도하지 않는다.”

-이러한 가짜뉴스는 주로 현 정권을 공격·비난하기 위해 경제위기를 거론한다. 이처럼 경제위기를 왜곡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다만, 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좋은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현재 우리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진짜 위기는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경제학적 개념의 경제위기는 단언컨대 아니다. 경제위기라고 하려면, 외환위기 때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거시경제안정성 지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서민들이 체감하기에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는 소득과 일자리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말, 전체 가계 중 60%의 소득이 후퇴하며 중산층까지 무너지기 시작했고 일자리는 계속해서 단기화 됐다.

경제학에서는 국가 경제가 성장할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소득 증가 혜택을 본다는 게 일반적인 가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권 말부터 3% 성장률이 무너지면서 전체 가계의 절반가량에서 소득후퇴 현상이 발생했다. 이들에게는 경제 성장의 의미가 없게 된 셈이다.

물가 같은 경우에도 그렇다. 서민들이 소비하는 품목과 고소득층이 소비하는 품목엔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이른바 ‘밥상물가’라고 하는 생활물가가 평균물가보다 높다보니 서민들 입장에선 물가상승률도 더 높게 체감하게 됐다. 즉, 서민들 같은 경우 오래전부터 소득은 줄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였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원인은 제조업 위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 때문에 제조업의 위기는 곧 ‘시스템 리스크’다. 주력 제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일자리가 줄어들면, 그 지역의 자영업이 타격을 입고 서비스분야의 일자리가 감소한다. 부동산 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제조업의 위기는 우리 경제 전반에 연쇄효과를 불러온다.

그런데 조선, 자동차, 그리고 최근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제조업의 상황이 좋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에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면서 우리의 수출 주도 성장전략이 파산을 맞게 된 것이다.”

최배근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평가하며 혁신성장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꼬집었다. /사진=김경희 기자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제2의 폐족이 된다”는 등 쓴소리를 해오고 계시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자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나만큼 제대로 된 쓴소리를 한 지식인이 없다고 생각한다. 2017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그리고 이번에 저술한 책 <이게 경제다>에서도 정말 아픈 소리를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시점을 비유하자면 마을에 둑이 터진 상황이었다. 물이 범람하고 마을이 물에 잠겼다. 이때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람들을 구하고, 임시 거처를 마련해주는 일이다. 바로 이것이 현 정부가 해온 가계소득 지원, 가계지출 부담 경감, 사회보장 강화 등이다.

그 다음 근본적인 과제는 둑을 재건하는 것이다. 이는 소득주도성장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의 중요한 한 축인 혁신성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소득주도성장이 몸통이라면 공정경제는 왼발이고 혁신성장은 오른발이다. 왼발만 계속 나가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제조업의 위기에 대해 경기순환적인 문제로 파악했다. 시간이 지나면 좋은 시절이 돌아올 거라고 본 것이다.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카드 수수료 인하, 임대료 인상 상한선 제한, 프랜차이즈 본사 문제 해소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제조업의 위기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자영업자 문제는 제조업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제조업을 대체할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지 않는다면, 산업생태계는 고인물이 돼 썩고, 자영업자 위기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고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곧 혁신성장인데, 문재인 정부는 이 지점에서 이해가 부족했다.”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산업정책은 우리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과거 보수정부나 현 정부 모두 차이가 없다. 산업정책이 성공하려면 육성하려는 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현 정부는 4차산업혁명 관련 산업들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플랫폼 경제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런데 플랫폼 경제가 무엇인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다. 한 번은 문체부 관계자가 정부 정책 홍보영상 제작을 부탁하며 찾아와 산업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내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더라.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너무나 동떨어진 인식을 갖고 있더라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조차도 플랫폼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 타다는 혁신이 아니라 유사택시업이다. 기대했던 카카오도 최근에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어떤 산업정책이든 정확한 이해가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

최배근 교수는 청년문제 안에 우리 사회가 지닌 모든 문제들이 농축돼 있다고 진단한다. /사진=김경희 기자

-우리 사회가 지닌 여러 문제 중에 청년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일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청년들과 직접 접촉하고 계신데, 그들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과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청년들이 기성사회에 갖는 핵심적 불만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농축하고 있다. 나는 그것이 ‘공정성 결핍’과 ‘보이지 않는 미래’라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한국 경제의 시대 과제를 ‘공정성 강화’와 ‘미래 만들기’로 제시한 이유다.

현재 우리 사회와 경제는 산업화 모델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도 산업화 시대의 유산인 교육방식과 탈공업화(탈산업화) 간의 미스매치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올해 입학한 대학생들이 2000년생이다. 이들은 2070년대까지 활동을 해야 하고, 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우리 사회의 주축이 될 세대들이다. 그런데 현재의 교육은 이들이 사회의 주축으로 살아갈 시대에 전혀 적응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재미가 없는 10대의 삶을 강요하면서 기성세대가 제시했던 행복이나 취업 같은 것 중 어느 하나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선생은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은 그 지식을 가능한 빠르고 정확하게 습득하는 방식의 현재 교육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담당할 청년세대를 인공지능형 컴퓨터보다 절대적으로 못한 인간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시급한 교육혁명은 누구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가 새로운 산업 만들기를 못하고,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 만들기를 못하는 이유도 새로운 산업과 사업에 필요한 새로운 인재 및 노동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경제학자로서 꿈꾸는 이상향이 궁금하다. 우리나라가 더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결과적으로 어떤 사회가 되길 바라는지.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고, 그 좋아하는 것이 발휘될 수 있는 교육을 받고, 그들이 만들고 창조하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뤄낼 수 있는 사회를 소망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에서는 자신들이 하고 싶고, 만들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자유와 안정성이 보장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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