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촬영하고, 누군가는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온라인 공간으로 퍼지는 젠더 폭력.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는 생각보다 자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주]

디지털 성범죄 처벌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인식 개선 문제는 숙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뉴시스
디지털 성범죄 처벌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인식 개선 문제는 숙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나타나는 모양새다. 양형 편차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여 양형 기준이 새롭게 설정되며, 웹하드카르텔 처벌도 강화되고 있다. 다만, 여전히 해결할 과제는 남아있다. 

◇ 디지털 성범죄, 뿌리뽑기 속도 ‘진전’

디지털 성범죄의 형량 범위가 정해질 전망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이하 양형위)에서 양형기준을 새롭게 설정하기로 결정해서다. 양형위는 지난 10일 제95차 전체회의를 열어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기준을 설정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범죄의 발생빈도가 급증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판단된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다. 원칙적으로 구속력은 없으나, 법관이 양형기준을 이탈하는 경우 판결문에 양형이유를 기재해야 하는 만큼 합리적 사유 없이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는 없다.

그간 디지털 성범죄 형량에 대한 문제는 지속 제기된 바 있다. 같은 범죄에 대해서도 판결은 벌금형, 징역형 등 편차가 심했다. 양형기준이 설정된다면 그간 제기된 양형 편차에 대한 비판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양형위는 디지털 성범죄의 실무상 양형기준 설정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기준을 설정, 적정하고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양형위는 오는 9월 9일 제96차 회의를 열어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안을 심의할 계획이다. 이 같은 속도로 양형위는 임기 전반기에 해당하는 오는 2020년 4월 26일까지 디지털 성범죄 기준을 새로 설정한다는 입장이다. 

◇ 남은 것은?… 여전히 부족한 ‘인식 변화’

웹하드카르텔 단속도 결실을 맺고 있다. 12일 경찰청은 지난해 사이버성폭력 특별 단속 이후 올 1월부터 5월까지 웹하드카르텔 집중단속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웹하드 카르텔은 웹하드에 불법촬영, 음란물을 유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업체와 개인 간 유착 관계를 뜻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단속기간 동안 웹하드업체 총 55개를 단속, 운영자 112명, 헤비업로더 647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8명의 운영자와 17명의 헤비업로더는 구속됐다. 14개 업체에 대해서는 수사 중에 있다. 

경찰청은 △실운영자 검거 △자동업로드 프로그램 개발, 판매 조직 검거 △유착관계 확인 검거 △국제공조를 통한 헤비업로더 국내송환 등의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또, 단속을 통해 확인된 116억원의 범죄수익과 1,823억원의 불법수익을 확인했다. 해당 금액은 기소 전 몰수보전 신청 등을 진행한 상태다. 

특히, 가장 큰 성과는 해외 체류 중인 헤비업로더의 국내 송환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제주청 사이버수사대는 베트남에서 웹하드에 접속해 불법촬영물 3,649개를 영리 목적으로 유포한 피의자를 국내 송환에 검거했다. 

다만, 여전히 해결할 문제는 남아 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 개선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불법 촬영에 대한 인식 개선불법촬영 범죄를 가볍게 생각하고, 불법촬영물을 오락물처럼 소비하는 사회문화가 변하지 않는 탓이다. 

이에 여성가족부가 지난해부터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으나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경찰청 역시 최근 단속 결과를 공개하면서 “단속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한다”며 “불법촬영, 음란물 유통을 발본색원할 방침이다. 개인 업로더들은 호기심으로라도 웹하드에 몰카 영상을 업로드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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