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보상 등으로 문제 해결하는 ‘게이미피케이션’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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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을 문제해결이나 동기부여, 마케팅 등에 활용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활용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이가영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중독 질병 결정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게임의 지역 활성화 등 긍정적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게임을 문제해결이나 동기부여, 마케팅 등에 활용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활용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 게임 뿐만이 아니라 게임이 아닌 것들에 경쟁과 보상 등의 게임 특성들을 부여해 게임처럼 느끼도록 만드는 것도 ‘게이미피케이션’의 일환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생활 깊숙히 자리하고 있다. 예컨대, 커피 10잔을 마시면 공짜 커피 한잔을 제공하는 매장의 단골손님 유치 마케팅이나 회원의 레벨을 구분해 할인쿠폰을 차등지급하는 것이 해당한다. 에너지 절약과 건강 증진을 위해 설치되는 피아노 계단도 게이미피케이션의 일환이다. 사람들이 계단의 층계를 밟을 때마다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오게 해 재미를 제공하고 손쉽게 참여를 이끌어 낸 사례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재미를 통한 몰입, 동기 강화 등 효과가 있어 이용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데 유용하다. 

최근에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스마트 시티구현 등에 활용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ASC(Amsterdam Smart City)프로젝트, 영국의 글라스고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프로젝트 등은 공통적으로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즐거운 경험과 상호작용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낸다는 공통된 특징을 가진다. 분리수거 관련 플라스틱을 수거하고 그 대가로 주민들에게 플라스틱 코인을 제공하는 식이다. 해당 코인으로는 가맹점에서 물건 구매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의 이태원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관광 특구인 이태원은 최근 온라인 시장의 성장, 경기 영향, 미8군 이전 등의 영향으로 방문객 감소, 업소 매출 하락 등 침체를 겪고 있다. 

이에 기업과 협업해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오는 7월 말에는 ‘제주맥주’와 함께 도시 곳곳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접목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태원 곳곳에 제주를 옮겨와 게임 요소를 접목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방문객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 이가영 기자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게이미피케이션 정책 토론회'에 참가한 패널들의 모습. / 이가영 기자

그렇다면 게이미피케이션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속가능성을 꼽는다. 

한동승 전주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최근 게임을 즐긴 세대들이 성장하면서 게이미피케이션을 결합한 지역 활성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지만, 결국 이를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결정자들 대부분이 5060세대다”며 “개발 이후 지속적으로 리뉴얼하고 업데이트를 해야하는 게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속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한다. 

조민성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회장 또한 “게이미피케이션을 하나의 단기 프로젝트로 보는 시각들이 많다.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오랜 기간 지속하는 것이다”며 “솔직히 게이미피케이션이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로세스는 아니다. 기업 총수 등 파워있는 리더들이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 결정으로 인한 부정적 여론도 게이미피케이션이 넘어야 할 산이다.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는 권선주 블루클라우드 대표는 “같은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더라도 ‘게임’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차이가 크다. 공공기관에서 ‘기능성 게임’을 G 러닝(learning)’으로 바꾸는가 하면 ‘게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자 판매량이 증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고 설명했다.

한동승 교수는 “아직 국내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의 모범 사례가 없는 만큼, 다양한 사례들을 발굴하고 실패의 이유를 점검하는 등의 연구를 통해 긍정적인 인식을 전파해야 한다”며 “게임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회 활동에 침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게임인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의 불편한 부분을 부각시켜 질병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게이미피케이션 산업 진흥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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