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광수 대한골프협회장(삼양인터내서날 회장)이 유명 골프대회에서 페어웨이 러프에 카트를 세우고 경기를 관전하는가 하면 선수이동로에 카트를 세워놓는 ‘만행’을 선보이는 등 비매너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 뉴시스
허광수 대한골프협회장(삼양인터내서날 회장)이 유명 골프대회에서 페어웨이 러프에 카트를 세우고 경기를 관전하는가 하면 선수이동로에 카트를 세워놓는 ‘만행’을 선보이는 등 비매너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허광수 대한골프협회(KGA) 회장(삼양인터내서날 회장)의 ‘비매너’가 논란이 되고 있다. 유명 골프대회에서의 관람 매너가 구설에 오른 것인데, 페어웨이 러프에 카트를 세우고 경기를 관전하는가 하면 선수이동로에 카트를 세워놓는 ‘만행’을 선보인 것. 일반 갤러리들은 상상도 못할 무개념 행위로, 대회를 주최한 대한골프협회 ‘회장’이 벌인 일이라는 점에서 ‘갑질’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건은 지난 16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 마지막날 발생했다. 올해 33회를 맞은 한국여자오픈은 국내여자골프 내셔널 타이틀 대회이자 KLPGA투어 메이저 대회로, 국내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수준높은 골프대회다.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인 만큼 갤러리들이 많이 모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날 시선을 집중시킨 것은 ‘회장님을 태운 카트’다. 일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허광수 대한골프협회장을 비롯, 장세훈 대한골프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이 탄 5인승 카트는 갤러리 통제선 안쪽에 위치한 러프 지역에 주차하고 경기를 관전했다. 이곳은 갤러리들이 코스에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줄을 쳐 놓은 곳으로,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접근금지 구역이다. 

회장님을 태운 카트의 ‘거침없는 질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많은 갤러리들로 인해 카트 이동이 어렵자 그린 바로 옆 선수이동로에 카트를 세워놓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언론은 “이런 ‘만행’이 계속됐지만 현장의 심판들은 주의를 주거나 제재하기는커녕 기회가 되면 카트로 가서 인사하기에 바빴다”고 전하기도.

다른 스포츠와 달리, 골프 관람객을 ‘갤러리’라고 표현하는건 ‘화랑에서 미술품을 관람하듯 조용히 플레이를 지켜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 수많은 갤러리들은 선수들과 같은 속도로 걸어 이동하면서 경기를 관전한다. 방송용 취재차량이나 경기진행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카트 갤러리’를 엄격히 금지된다.

물론, 이번 ‘카트 관전’을 다리가 불편한 것으로 알려진 허광수 회장을 위한 배려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어떤 갤러리에게도 신체적 불편함을 이유로 카트 관전이 허용되지 않았다. 대한골프협회 수장에 대한 ‘과잉 의전’이었다 하더라도 문제다. 엄연한 특혜여서다. 무엇보다 협회장인 허광수 회장이 자제를 지시했어야 한다. 자신이 탑승한 카트가 갤러리 통제선을 수시로 넘어서고, 심지어 그린 바로 옆까지 다가가는데도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다면 골프경기 관람의 기본적인 에티켓조차 몰랐다는 얘기이거나, 알고도 당연히 누렸다는 얘기가 된다. 자칫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갑질’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대한골프협회 측은 당혹스러운 눈치다. 대한골프협회 관계자는 17일 오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카트의 이동경로 등은) 회장의 지시는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 “앞으로 더 신경 써서 대회운영을 잘 하겠다”고 말했다. 협회 차원의 공식 입장 발표나, 허광수 회장의 공식 사과는 예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허광수 대한골프협회 회장은 1971년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아마추어 골프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인물로 알려진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 회원이기도 하다. 2012년(16대)에 이어 2016년 18대 대한골프협회 회장에 당선되며 현재까지 협회를 이끌어 오고 있다.

허광수 회장의 선친 고(故) 허정구 회장도 1976∼1985년까지 6~8대 대한골프협회 회장, 초대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 한국골프장장업협회(현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초대 회장을 지내는 등 한국 골프계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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