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제청을 받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윤석열 후보자가 적폐청산 수사를 총지휘한 개혁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가 반영된 인선이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도 ‘부정부패 척결’과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윤석열 후보자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음과 동시에 시대적 사명인 검찰 개혁과 조직 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 ‘기수파괴’ 우려 있지만 단행

윤 후보자(59)는 서울에서 태어나 충암고와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임용됐고, 대검찰청 중앙수사과장, 서울중앙지금 특수부장 등을 거치며 검찰 내 특수통으로 인정받았다. 박근혜 정권 초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특별수사팀장으로서 수사를 이끌면서 정권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검사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노골적인 사퇴압박에 시달리며 좌천성 인사를 당하는 등 적지 않은 고초를 겪었다.

그랬던 윤 후보자가 다시 전면에 나서게 된 계기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다.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합류해 국정농단의 전모를 밝혀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서울중앙지검장에 윤 후보자를 파격 발탁했는데, 적폐청산 수사 계속 및 국정농단 사건 공소유지를 위한 적임자라는 판단에서였다.

문 대통령의 신임은 크지만, 당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에 지명될 가능성은 낮게 봤다. 기수파괴 인선으로 검찰 고위직들이 무더기 사퇴할 경우 인사 공백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자(연수원 23기)와 문무일 현 검찰총장(연수원 18기)은 5기수 차로 이 같은 인사는 전례에 없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차기 보다는 차차기 검찰총장에 윤 후보자를 염두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였다. ‘코드인사’라는 야권의 주장도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 대윤·소윤 체제로 특수수사 강화?

그럼에도 윤 후보자 카드를 강행한 데에는 검찰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문무일 총장은 물론이고 일부 고위직 검사가 공개적으로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비토하는 등 검찰개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파격적 인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기수는 낮지만 윤 후보자의 나이와 학번이 높아 기수파괴에 대한 반감이 적을 것이라는 법조계 분위기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기수문화를 중시하는 법조인들 입장에서 파격인사인 것은 맞다”면서도 “어느 정도는 예상을 해서인지 기수파괴에 대한 우려나 반감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윤 후보자 지명소식이 전해지면서 차기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차기 지검장이 윤 후보자의 뒤를 이어 적폐청산 수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유지 등 굵직굵직한 수사를 지휘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주목되는 측면이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취임 후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 국장은 과거 윤 후보자와 함께 호흡을 맞춰 특수수사를 한 경험이 적지 않다. 법조계 내에서 ‘대윤(윤석열)-소윤(윤대진)’이라고 불릴 정도다. 이번 검찰총장 인사추천위에 윤 국장이 위원으로 들어간 것을 두고 윤 후보자 지명을 점쳤던 이도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아직 전망하기에 이른 시점이지만 두 사람의 호흡이나 관계로 봤을 때 유력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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