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오병관 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 관리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 1분기 순이익 뚝… 갈 길 먼 실적 개선

2017년 12월 취임한 오병관 대표는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 회사 실적이 부진했던 탓에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그는 자리 유지에 성공했다. 오 대표는 1년간의 임기를 더 보장 받았다.  

이에 올해 실적은 그에게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부진을 털고 경영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실적 개선뿐이다. 

그런데 실적 개선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모양새다. 농협손보는 올해 첫 출발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협손보의 1분기 순이익은 20억원으로, 전년대비 77% 감소했다. 정책성 보험인 가축재해보험에서 대규모 보험금 지급요인이 발생하면서 실적에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올초 기업형 축사 등에선 소방당국 추산 1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농협손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가축 재해보험, 농작물 재해보험, 농기계 종합보험, 풍수해 보험 등의 정책성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오병관 대표는 취임 후 이 같은 정책성 보험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기상이변으로 각종 재해가 잇따르면서 정책보험 손해율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폭염, 태풍 등 각종 자연재해가 잦았다. 이에 보험금 지급 규모도 치솟았다. 제주 지역에만 350억원이 농업재해보험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1년 농업재해보험 도입 후 가장 많은 금액이었다. 재해 보험금지급 규모가 커지면서 지난해 농협손보의 실적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문제는 올해도 손해율 관리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4월에는 강원도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업계에선 관련 사고에 대한 보험금 청구 급증으로 농협손보의 2분기 실적이 밝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오병관 대표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오 대표의 임기는 올해 말에 만료된다. 임기 만료 전까지 반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다. 부진한 실적을 만회할만한 시간이 여유 있게 남아있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리스크 관리라는 숙제도 품고 있다. 보험사들은 새로운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건전성 관리를 강하게 요구받고 있다. 

농협손보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175.9%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184.2%)와 비교해 8.3%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농협손보의 RBC는 당국의 기준치(150%)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건전성 강화 기조를 감안하면 마냥 안심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손보업계의 평균 RBC 비율은 200% 중반대다. 과연 오 대표가 녹록지 않는 경영환경 속에서 반전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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