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자는 신임 총장 지명 소식이 전해진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뉴시스
윤석열 후보자는 신임 총장 지명 소식이 전해진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 79학번이다. 이미 조직에서 물러난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그의 대학 동기다. 동기지만 사법연수원에선 선후배로 갈렸다. 윤석열 후보자가 23기인 반면 김수남 전 총장은 7년 빠른 16기다. 윤석열 후보자가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하면서 동기들보다 검찰 입문이 늦어진 탓이다. 그는 대학 4학년 때 사시 1차에 합격했지만 2차 시험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늦깎이 검사로 출발했지만 대검찰청 중수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검사 인생의 위기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10월 서울고검 국정감사를 거치며 찾아왔다.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후보자는 국감장에서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이 나온 것도 이 때다. 이후 그는 ‘국민 검사’로 각인됐으나, 한직으로 밀려나야 했다.

◇ 인사 태풍, 검찰 개혁 신호탄… “무거운 책임감 느껴”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윤석열 후보자의 운명도 바뀌었다.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파격 인사다. 서울중앙지검장은 2005년 이후 줄곧 고검장이 맡아오던 자리다. 윤석열 후보자는 전임보다 다섯 기수 낮았다. 그는 또 한 번 파격인사의 대상이 됐다. 이번엔 고검장들을 제치고 제43대 검찰총장으로 지명을 받았다. 전임보다 다섯 기수가 또 낮았다.

앞으로 주목할 부분은 세 가지다. 윤석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고 신임 총장에 임명될 경우 ▲선배와 동기 기수들의 용퇴 관례에 따른 인사 태풍 ▲적폐청산·국정농단 수사 이후 본격적인 검찰 개혁 시작을 알리는 것과 같다. 특히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윤석열 후보자의 등장과 함께 검찰 내부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모습이다.

윤석열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 검찰총장 지명을 받은 이후 검찰 내부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모습이다. 전임보다 다섯 기수 아래인데다 고검장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파격 인사로 평가됐다. / 뉴시스
윤석열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 검찰총장 지명을 받은 이후 검찰 내부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모습이다. 전임보다 다섯 기수 아래인데다 고검장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파격 인사로 평가됐다. / 뉴시스

실제 윤석열 후보자의 연수원 동기까지 총 29명(19~23기)에 달하는 고검장과 검사장들은 사퇴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들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검찰 고위직의 자연스런 물갈이로 이어지게 된다. 다만 기수 문화를 고집하는 검찰의 엄격한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용퇴자가 생각보다 적을 수도 있다. 윤석열 후보자가 연수원 기수는 낮지만 검찰 간부들 중에선 연배가 높다.

하지만 검찰 개혁과 조직 쇄신은 피할 수 없다. 앞서 청와대는 윤석열 후보자를 지명한데 대해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부정부패를 척결해 왔고,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면서 “아직 우리 사회에 남은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고 시대의 사명인 검찰 개혁과 조직 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비리 척결과 검찰 개혁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윤석열 후보자에게 부여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임 총장에 윤석열 후보자를 일찌감치 낙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년간의 국정농단 및 사법농단 관련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데 높은 평가를 받은 것. 특히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윤석열 후보자를 총장으로 낙점해 파격 인사를 감행했다는 것은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됐다. 문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윤석열 후보자로선 딜레마다. 인사권자의 국정철학에 반기를 들 수도 없고, 검찰 내부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현 수사권 조정안을 그대로 받을 수도 없다.

윤석열 후보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청와대에서도 “앞으로 어떤 의지로 검찰을 이끌지는 후보자가 직접 밝히시지 않겠느냐”며 답변을 미뤘다. 신임 총장 지명 소식이 전해진 지난 17일, 윤석열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