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지검장이 2013년 여주지청장 시절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수사에 외압이 있었고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도 연루됐다고 폭로했던 모습. / 뉴시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지검장이 2013년 여주지청장 시절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수사에 외압이 있었고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도 연루됐다고 폭로했던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서울지검장을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자유한국당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한국당 입장에서 윤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 야당 의원 표적 수사 등에 대해 따져 물을 수 있는 기회다. 패스트트랙 철회와 경제청문회를 요구하며 국회 일정을 거부하던 한국당이 ‘윤석열 청문회’를 명분으로 국회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6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는 한국당을 뺀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합의로 제출돼 오는 20일 국회가 개회될 예정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제1야당인 한국당을 빼놓고 의사일정을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이 우선적으로 처리하려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논의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도 한국당 몫이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담당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도 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맡고 있다.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한국당으로서도 윤 후보자 청문회 일정까지 무산시킬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다른 국회 일정을 거부하면서 청문회에만 참여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한국당이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요구한 패스트트랙 철회나 경제청문회 개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 3일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에 제출됐지만, 한국당이 청문회 일정 합의를 하지 않았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 같은 기류는 윤 후보자 지명 이후 달라진 분위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8일 “이제부터는 전략을 다변화하고 다각화해야 한다. (정부의) 문제점을 콕 집어서 집중적으로 파고들어가는 기동성도 필요하다”며 “첫 번째 과제가 바로 윤 후보자 청문회다.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음흉한 계략을 반드시 청문회를 통해 저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열기로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간사단은 오는 26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이날 합의했다. 기재위는 19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계획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나 원내대표는 윤 후보자 청문회에 대해 “아직 완전히 최종적으로 (합의) 한 것은 아니다. 일부 소통에 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청문회 부분은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 윤석열 ‘무혈입성’ 시킬 수 없는 속내

당 차원에서 청문회 대응을 총괄하는 황교안 대표가 윤 후보자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 점은 청문회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자는 2013년 여주지청장 시절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황 대표를 겨냥해 “(수사 외압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답변도 내놨다. 당시 황 대표는 박근혜 정부 법무부장관이었다.

한국당이 윤 후보자를 ‘문재인 정부 코드인사’라고 비판하며 “이제 얼마나 더 크고 날카로운 칼이 반정부 단체, ‘반문’ 인사들에게 휘둘려 질 것인가”라고 우려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론 검찰총장은 인사청문 대상이지만, 임명에 반드시 국회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국당이 반대해도 예정대로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에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야당으로서 정부의 ‘적폐청산’ 과제 중 하나인 검찰개혁의 핵심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라는 무대를 놓치기는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당 측은 일단 윤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로 제출되면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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