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을 시작으로 G20 정상회의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까지 한반도 주요국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뉴시스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을 시작으로 G20 정상회의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까지 한반도 주요국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오는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을 시작으로 동아시아 주요국들의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28일에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성패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외교협상의 서막이자 로드맵은 시진핑 주석의 방북과 북중 정상회담이다.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은 14년 만의 일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한 답례 형식으로 성사됐다. G20 정상회의 직전 전격적으로 성사됐다는 점에서 미국에 던지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많다. 북미대화 재개를 촉진함으로써 미중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가져갈 것이라는 얘기다. 나아가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국 측의 일부의 양보라도 얻어낸다면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현재 미국이나 중국 모두 강경파가 상층부를 장악함으로써 무역갈등이 격화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서로를 “친구”라고 부르며 개인적 갈등으로 번지는 것은 막아왔다. 양측 모두 협상의 여지를 남겨온 셈이다. 화웨이 제재는 둘째치고,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에 대한 미국 내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명분이 주어진다면 한 발 물러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무역협상의 연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었다. 

뉴욕타임즈는 17일(현지시각)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별도로 만날 것으로 보이는데, 시 주석이 비핵화 협상 다음 단계 계획을 전달할 수 있다”며 “이는 무역협상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뜻으로 비춰질 수 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미중 무역협상을 연계시키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 미중갈등 해법으로 ‘북한 비핵화’ 부상
 
물론 정반대의 해석도 있다. 미국의 무역제재와 홍콩 시위 공론화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북중 결속을 과시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중국이 대북제재를 느슨하게 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미 국무부는 시 주석의 방북과 관련해 “중국을 포함해 동맹국과 북한의 FFVD라는 공동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대북제재 유지를 독려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시 주석의 방북 결정이 우리 측과 협의한 내용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이의 조기 실현을 위해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긴밀히 협의했다는 것은 우리 정부 의중이 담겨 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우리 정부가 원하는 비핵화 협상 및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방중이라는 의미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미·중 전략 경쟁이 새로운 변수가 돼서 중국이 지금까지 (시 주석의 방북을) 연기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서 비핵화 관련 긍정적인 진전을 이루고 싶다고 하면서 회담 용의를 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인 회답을 하면서 시 주석 방북의 중요한 장애를 제거한 셈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당분간 도발을 하지 않고 미국과도 접촉을 할 것으로 예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북한이다. 하노이 협상 결렬 후 북한은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는 한 협상 테이블에 나가지 않겠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강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넨 친서, 시 주석의 방문 등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변곡점이 있을 것이라는 암시는 나왔지만 공개적인 메시지는 내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전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변화는 없다.

이와 관련해 북한 사정에 정통한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김정은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는데, 같은 일이 또 반복될 경우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시 주석까지 나선다면 김 위원장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계기가 마련되지 않겠느냐.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