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는 지난 17일 박원순 시장의 핵심 공약인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설치에 관한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부결시켰다. 시의회에선 이번 사태의 원인을 박원순 시장의 소통 부족으로 꼽고 있다. / 뉴시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는 지난 17일 박원순 시장의 핵심 공약인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설치에 관한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부결시켰다. 시의회에선 이번 사태의 원인을 박원순 시장의 소통 부족으로 꼽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의회와 오해가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가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부결 처리한데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의 말처럼 오해가 해소되면 “다음에는 통과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하진 않다. 오는 28일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해당 조례안을 다뤄볼 기회가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만큼 시의회의 반발이 크다는 얘기다.

부결된 이번 조례안의 핵심은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설치다. 해당 위원회는 공무원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합의제 행정기구다. 서울시의 예산편성권 중 일부를 부여받아 사업 구성부터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수 있다. 이를 박원순 시장은 “서울의 주요한 정책에 시민이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시의회에서도 위원회의 설치 취지에 공감을 표시했다. 지난 4월 위원회의 뼈대가 되는 ‘서울민주주의 기본 조례’를 통과시켰다.

◇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뭐길래… “시의회 권한 침해 아냐”

그렇다면 시의회는 왜 절차법에 가까운 위원회 설치 조례안을 부결시킨 것일까. 요지는 박원순 시장의 소통 부족으로 귀결된다. 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의원들은 부결 이유로 시의회의 예산심의권 침해 가능성을 꼽으면서도 집행부(서울시)에서 시의회가 우려하는 위원회의 조직과 예산 규모 등에 대해 설명이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계획대로라면, 위원회는 올해 2,000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엔 1조원대 예산 편성에 참여하게 된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시장의 권한, 집행부의 권한을 (시민에게) 일부 드리는 것에 불과하지 시의회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 뉴시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시장의 권한, 집행부의 권한을 (시민에게) 일부 드리는 것에 불과하지 시의회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 뉴시스

문제는 위원회 구성 방식이다. 시의회, 구청장협의회, 시 고위공무원 등으로부터 인사 추천을 받지만 최종 선택은 시장의 몫이다. 결국 시장이 1조원에 달하는 예산 심의에 영향력을 행사, 치적 쌓기 사업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표결에 앞서 제출된 수석전문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엔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방의회의 예산심의, 행정견제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우려가 담겼다. 서울시와 시의회의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결과다.

이와 관련, 박원순 시장은 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치분권 사회혁신 포럼’에서 “시장의 권한, 집행부의 권한을 (시민에게) 일부 드리는 것에 불과하지 시의회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를 추가한 것일 뿐 예산안을 확정하는 것은 시회의”라고 부연했다. 위원회에서 ‘시민 이름’으로 편성한 예산도 시의회가 심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오해’라고 말한 배경이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조례안 부결 사태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조례안 통과로 서울시가 추진하려던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박원순 시장의 민선 7기 핵심 공약 중 하나다. 부결된 조례안이 오는 28일까지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시한이 촉박한 만큼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상정은 두 달 뒤인 8월 임시회가 열려야 가능하다.

더욱이 치명적인 것은 같은 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조차 박원순 시장에게 등을 돌렸다는 점이다. 사실 시의회는 박원순 시장에게 유리한 구조다. 전체의원 110명 중 102명이 민주당 소속이고, 기획경제위 역시 12명 중 10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즉, 표결에 나선 민주당 소속 기획경제위 시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면 조례안은 무난하게 통과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전원 반대표를 행사했다. 박원순 시장은 “아무리 같은 당 출신이라도 토론하고 문제제기할 수 있는 의회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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