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외교는 중국 역할 제한된다는 의미’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산책로를 걸으며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월 하노이에서 개최된 북미정상회담 당시 호텔 산책로를 걸으며 단독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이 지속적으로 친서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흥미로운 내용”이라며 “(제안을) 신중히 생각해보겠다”고 밝히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판문점 남북미 깜짝 회동 가능성까지 전망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으며, 양국 정상 간 연락은 계속돼 왔다”고 밝혔다. 앞서 북측 언론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는데, 이를 백악관이 사실로 확인해준 셈이다. 청와대도 양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는다는 내용을 미국 측으로부터 전달받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미 국무부는 양국 정상의 친서외교를 계기로 북미협상이 재개되기를 기대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중동 출장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즉시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번 친서 교환이 북한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대한 논의를 지속할 수 있는 좋은 토대를 제공하길 바란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친서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흥미로운 내용이며 신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한 대목이 단서다. 워싱턴포스트 등 일부 미국언론은 “깜짝 만남 가능성”을 보도하고 있다.

희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국내 전문가의 견해도 나온다. 24일 tbs라디오에 출연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공개하면서 흥미로운 내용에 대해서는 신중히 생각을 해 보겠다는 것까지 언론에 보도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오는 김에 또 DMZ를 간다고 하니 깜짝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울러 ‘친서외교’가 강조되는 것은 중국과 시진핑 주석의 역할이 크지 않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북중정상회담에서) 중국은 계속 ‘유관국들과’라고 복수로 쓰고 긴밀하게 협력을 하겠다는 얘기를 하는데, 김정은은 ‘유관국’이라는 단수로 얘기를 한다”며 “시진핑이 끼어들려고 하는데, 북한이 ‘내가 직접 미국 하고 거래를 더 해보고, 안 되면 당신의 힘을 빌리겠다’는 장면”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역할을 하기 전에 트럼프가 편지를 보냈는데, 중국이 끼어드는 것을 트럼프가 지금 견제했다고 본다. 판문점에서 그야말로 예기치 못했던 만남이나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면 중국의 계산은 좀 빗나가는 거다. (한반도의) 7월이 좀 바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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