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등 부산경남 광역자치단체장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김해신공항 적절성 여부를 총리실 산하에서 논의해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뉴시스
김경수 경남도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등 부산경남 광역자치단체장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김해신공항 적절성 여부를 총리실 산하에서 논의해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국토교통부 장관과 PK지역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하기로 합의했다. 정확히는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써 김해신공항의 적정성’ 여부다. 만약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 김해공항 확장은 전면 백지화되며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변경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현재 논의를 이끌어온 당사자들이 부산ㆍ경남지역 유력 정치인이라는 게 유력한 방증이다.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송철호 울산시장은 후보시절부터 김해신공항이 부적절하며, 진정한 동남권 관문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지난 4월에는 자체검증단을 통해 “부적절하다”는 결론도 내렸다. 결국 지난 20일 김현미 국토부장관과 이들 단체장들은 총리실 주재로 함께 논의해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합의하는 단계까지 진척시키는데 성공했다.

◇ 국토부 결정을 총리실서 재검토하는 이유

김경수 경남지사는 “(김해신공항이) 부적절하거나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있었음에도 한 번의 결정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 제기가 있는 게 당연하다”며 “최종적으로 총리실에서 검토하고 논란에 대해 종지부를 찍는 것이 더 이상의 국력을 소모하지 않고 국책사업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총리실로의 이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지난 2월 부산을 방문해 지역경제인들과 오찬을 함께 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 시민들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총리실 산하의 기구에서 논의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신공항 관련) 사업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위한 절차라는 해석이 다수였다.

이와 관련해 한 전직 고위공무원은 “비록 전임 정권이었다고 해도 국토부가 내렸던 결정을 번복해야하는데, 스스로 하기는 어렵다”며 “상위기관인 총리실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이 난 것 자체가 변경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공항과 관련해 ‘가덕도’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다만 지난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시절 부산 가덕도를 방문해 “(신공항 입지는) 객관적 기준에 따르면 부산 시민의 바람과 같을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가덕도 유치’를 지지한 바 있다.

올해 2월 '부산 대개조 비전'을 발표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 관계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2월 '부산 대개조 비전'을 발표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 관계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총선용’ 카드로 규정한 TK의원들 ‘부글부글’

정부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ㆍ경남 지역을 각별히 챙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정부는 남부내륙철도, 울산 외곽순환도로,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 등 7조원 규모의 SOC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결정했고, 부산을 ‘스마트 시티’ 시범도시로 지정하는 등의 선물을 안긴 바 있다. 나아가 PK지역 승리를 위한 결정타로 ‘신공항’ 카드까지 꺼낼 것이란 관측은 예전부터 적지 않았다. 물론 민주당은 신공항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ㆍ경남 지역이 21대 국회 판도를 결정할 가능성이 커, 민주당의 역량이 집중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분수령으로 PK지역은 보수우세에서 경합지역으로 재분류됐다. 민주당은 이 지역에서 의석을 다수 가져올 경우, 안정적인 원내 1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부산ㆍ경남에서 8석을 획득하면서 예상을 깨고 1당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4.3재보선 당시 이 지역에서 한국당의 저력이 확인되면서 민주당이 급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ㆍ경북 의원들은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위한 ‘수순’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TK지역 의원들로 구성된 대구ㆍ경북 발전협의회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개 광역 단체장의 합의로 이뤄진 국가적 의사 결정을 여당 소속 3개 단체장과 여당 소속 국토부 장관의 합의만으로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뒤집으려 해도 되느냐”며 “총선을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부겸 의원과 홍의락 의원 등 TK지역 여당의원들도 ‘밀실정치’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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