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이버안보 365 정책토론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 뉴시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이버안보 365 정책토론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작성한 합의문을 거부하면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당내에선 “나 원내대표의 협상력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 한국당 내부 반발로 엎어지면서 국회 정상화가 더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당은 공식적으로는 원내대표 재신임과 거리를 두고 일단 나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한 상황이다. 한국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의원들이 (합의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민주당도 합의문 추인 받으러 갔다가 못 받은 적 많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며 “오히려 나 원내대표가 ‘합의하려고 했는데 의원들이 반대해서 못했다’고 하면 협상력이 커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신임 문제가 언급되자 “저는 못들었다. 당의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개별 의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김영우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원내대표가) 갑작스럽게 왜 이런 합의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선거제도와 관련한 것도 그렇고 여야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건데 그것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 변경이 없는 상황에서 어정쩡한 합의가 됐다”고 했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 불신임까지 거론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결국 지금 여야 협상을 해야 하는 입장이니까 나 원내대표에게 조금 더 힘을 실어주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오히려 (합의안을) 부결시켜서 협상을 다시 하게끔 하는 게 좋겠다는 차원”이라면서도 “(지도력에 타격이 없다고) 전혀 부인할 수는 없다. 합의문 자체가 완전히 부결됐으니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 “대여투쟁 하기로 해놓고”… 일주일 전과 달라진 합의문

일각에선 나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있었던 의원총회와 전혀 다른 합의문을 도출한 것이 설득력을 약화시킨 계기라고 본다. 당시 일부 의원들은 지역구 민심을 이유로 국회에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의원총회에서 논의한 결과 현 지도부의 대여투쟁 기조를 지지하고 힘을 실어주자고 결론을 내렸다.

황영철 의원은 지난 18일 당시 의총 상황에 대해 “대다수 의원들은 지도부의 대여투쟁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나 원내대표의 대여투쟁 과정들이 우리가 믿고 신뢰할만한 방향으로 잘 싸워나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 상황에 대해 의원 전체가 동일한 인식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었다.

더욱이 한국당이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에 대해 민주당의 입장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나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의 ‘패스트트랙 법안은 각 당의 안을 종합하여 논의한 후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라는 모호한 조항이 의원들의 불만을 돋웠다는 분석이다.

한국당이 다시 한 번 나 원내대표에게 협상 전권을 위임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이미 타격이 적지 않다. 서명을 완료한 합의문을 뒤집고 새로운 요구를 하는 것 자체가 민심 이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상 파트너인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새로운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은 꿈도 꾸지 마시기 바란다”며 “우리 국민 누구도, 국회 구성원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이대로 방치하고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도 “어렵사리 합의된 합의문을 한국당이 걷어 찼고 모든 책임이 한국당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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