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현안 및 안보 의원총회에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참석하며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현안 및 안보 의원총회에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참석하며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의 ‘투톱’인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나란히 시험대에 올랐다. 황 대표는 연이은 말실수로 ‘정치신인 리스크’에 휩싸였고, 나 원내대표는 직접 서명한 여야 교섭단체 합의문이 당내에서 지지받지 못하면서 리더십과 협상력이 한계에 봉착했다. 원내·외를 가리지 않고 당 지도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당 안팎의 불만도 적지 않다.

황 대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논란이 반복되자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통상 공식 일정이 끝나고 ‘백브리핑’ 형식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 왔는데 이를 사실상 거부하기로 한 것이다.

민경욱 대변인은 “기자들이 서 있으면 아무 데서나 (백브리핑을) 했는데, 내부적으로 그런 시스템이 맞는지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며 “대변인에게 물어볼 게 있고 대표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대표를) 너무 쉽게 만나니 여러 일이 생긴다. 앞으로 백브리핑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당내 반발로 국회 정상화 협상이 무산되자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합의문이 일차적으로 엎어진 상황에서 선택지는 넓지 않다. 오히려 이전 협상보다 강화된 당의 입장을 관철시켜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당장 시급한 현안만 놓고 ‘원포인트 협상’을 하자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중재안을 거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 원내대표는 “지금은 큰 틀에서 풀어야 한다. 패스트트랙을 무효화시켜야 된다는 게 우리당의 의견”이라고 했다.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비록 불만족스럽고 부족한 합의문이지만, 나 원내대표는 국회정상화를 위해 한발 물러서 양보하고 동료의원들의 이해와 양해를 구하고자 한 것”이라며 “그러나 걱정과 우려대로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합의안은 패스트트랙으로 훼손된 의회민주주의 합의정신을 회복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지도부의 행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의원총회에서 나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 의견이 나왔던 게 대표적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애매모호한 합의문을 갖고 얻은 것 없이 국회에 복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백지로 돌아가 패스트트랙 법안만이라도 확실하게 정리하고 들어가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나 원내대표가) 서명을 이미 해버리고 의총에 들어와서 난감한 상황이 된 것”이라고 전했다.

황 대표의 ‘장외투쟁’ 방식에 대해서도 “당대표가 거짓말이나 말실수 논란에 자꾸 휩싸이는 것은 당 전체 분위기에도 좋지 않다”는 시선이 제기된다. 또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민심에 예민해진 의원들 사이에선 “국회 복귀 때를 놓친 것 아니냐”라는 우려도 감지된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땐 지금 경제도 폭망, 안보도 실종 상황인데 정말 조건 없는 국회 등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국회 정상화 부분은 여야4당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관점에서 봤을 때 결심하고 결단할 필요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국회 복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한국당을 향한 압박공세를 높이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회주의 근간인 합의정신을 훼손한다면 앞으로 대화와 타협은 불가능하다”며 “국회 구성원과 국민을 기만한 것이 아니라면 합의사항 준수를 위해 신의를 다해야 한다. 한국당이 소수 강경파에 휘둘려서 정략적 판단을 반복한다면 더는 어떤 협상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금 황교안, 나경원 리더십이 의원들에 의해 시험대에 올라와 있는데 이렇게 끌려 다니면 황교안 나경원은 살아서 돌아오기 힘들다”면서 “이럴 때는 지도자답게 앞장서서 설득하고 들어가자, 이런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박수를 받는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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