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숭호   ▲언론인 ▲전 한국신문윤리위원
정숭호 ▲언론인 ▲전 한국신문윤리위원

26일 방한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별명이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다. 나는 그가 모든 것을 다 갖고 있고, 모든 것을 다 사들일 수 있는 무지막지한 부자여서 붙은 별명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다. 신문에는 그가 이렇게 소개되고 있다. “연로한 살만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84)을 보좌하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제1부총리(총리는 국왕), 국방부 장관, 경제개발위원회·정치보안위원회 의장까지 겸직해 사우디의 행정·국방·보안, 그리고 미래 계획까지 한 손에 쥐고 있다.”

사우디의 모든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있어 ‘미스터 에브리싱’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다른 손에는 뭘 쥐고 있나? 나는 이게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짐작대로 그는 무지막지한 부자였다. 사우디 왕실의 재산에 대한 지난해 8월 미국 CNBC 방송 보도를 아래에 요약하면서 살을 좀 붙였다.

<영국 왕실의 총재산은 880억 달러다. 엄청 많은 액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재산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사우디 왕실의 재산은 1조4,000억 달러다. 영국 왕실 재산의 16배다. (10억 달러는 약 1조2,000억 원이니 영국 왕실 재산은 반올림하면 100조 원. 그렇다면 사우디 왕실 재산은 1,600조 원이다. 일일이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단위가 너무 커져서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냥 달러로 표기하고, 그저 ‘돈도 더럽게 많구나’ 생각하고 말 일이다.)

돈이 많으니 사우디 왕실 사람들 씀씀이는 말할 수 없이 호화·사치스럽다. 자가용 제트기와 호화 요트는 필수. 요트에는 어디든 쉽게 다닐 수 있는 헬리콥터가 두 대 실려 있고, 마음에 드는 저택이나 중세에 건축된 성(城)이 눈에 띄면 ‘줍줍’이다. (한국 현금 부자들 강남 재개발 아파트 ‘줍줍’ 사들이면서 사우디 왕실 왕자들 기분 내는 건 아닌지!) 그런 저택은 반드시 금으로 씌운 가구로 번쩍이는데, 클리넥스도 금박 입힌 상자에서 꺼내 쓴단다.

‘미스터 에브리싱’도 예외 아니다. 그는 레오나르드 다 빈치의 그림 한 점을 4억5,000만 달러에 사기도 했고, 5,000억 달러짜리 요트가 있으며, 프랑스에는 3,000억 달러짜리 성 한 채, 런던과 풍광 좋은 스페인 남부에는 장원 같은 저택이 있다. 그는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내 재산은 개인적인 문제이므로 내가 좀 사치스럽게 살기로서니 미안하게 생각하지는 않소. 나는 부자란 말이오. 간디나 만델라와는 다르단 말이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우리나라 왕실 사람 중 하나요. 그리고 나는 기부도 많이 하고 있소. 재산의 51%는 사람들을 위해 쓰고 있고, 49%는 나에게 투자하고 있소”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이렇게 곳곳에 사놓은 것들, 1년에 몇 번이나 이용하나. 다 빈치 그림은 걸어 놓고 몇 번이나 보나. 황금 소파와 황금 변기에는 얼마나 자주 앉나. 자가용 제트기는 자주 타고 여기저기 다니겠다만, 요트는 1년에 몇 번 타고, 한번 타면 며칠씩 묵나. 이런 게 자꾸 궁금해진다.

중동 부자 이야기에는 이런 것도 있다. “심장질환이 있는 중동 산유국의 한 왕족은 해외여행을 할 때는 항상 황금빛으로 치장한 자가용 비행기 두 대를 띄웠다. 둘 다 보잉747이었다. 한 대로도 충분할 텐데 왜 두 대였나? 뒤따라오는 비행기는 심장병이 도질 경우 이 왕족에게 이식할 심장을 대줄 사람과 수술의사 등 의료진을 태우고 있었다.” 미국 동물학자인 리처드 코니프가 부자들의 행태를 동물 행태에 비교해서 쓴 <The natural history of the rich:a field guide(우리나라에서는 ‘부자’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에 나온다. 생사람을 잡아 자신의 병든 심장과 바꿀 준비를 할 수 있는 부자도 죽음은 못 면한다는 거다. “아항, 부자들은 죽기 전에 해볼 수 있는 건 뭐든 해보려는 사람들이구나. 부자들은 모두 ‘미스터 에브리싱’이겠구나. 한국 부자들 가운데도 미스터 에브리싱이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돈 있는데 뭘 못해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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