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끝내고 밝게 웃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끝내고 밝게 웃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이 28일부로 국회 상임위원회에 전면 복귀하기로 했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을 논의할 정치개혁·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8월 31일까지 활동기한이 연장됐다. 정개·사개특위 위원장직은 한국당 요구에 따라 의석수 순위대로 원내 1·2당이 나눠 갖는다. 여야 합의사항을 번복해 내상을 입었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요구사항 일부를 관철시키면서 ‘체면치레’는 했다는 분석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나경원 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합의문에 서명했다. 다만 야당의 요구로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경제원탁토론회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논의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특위를 제외한 나머지 사안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아 전면적인 국회 정상화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나 원내대표는 “큰 틀의 합의는 이루지 못했지만, 오늘 ‘원 포인트’ 합의로 인해서 날치기된 패스트트랙 정국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한 걸음을 걷게 됐다”며 “아직은 모든 의원들이나 모든 국민께 동의 받을 정도의 합의에 이르지 못해서 전체 국회 정상화는 이루지 못했지만, 저희 당은 상임위에 일단 전면적으로 복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한국당은 북한 목선 귀순과 인천 수돗물 사태 등 일부 현안과 관련된 상임위에만 선별적으로 복귀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정개·사개특위 중 위원장직 하나를 한국당이 갖고 특위 위원 구성 비율을 맞춰달라는 한국당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전체 상임위에 복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폭거를 조금씩 정상화하는 한 걸음을 떼었다고 생각하고 의원님들께서 흔쾌히 추인해주셨다”며 “오늘부로 상임위에는 전격적으로 조건 없이 등원하고 복귀해서 민생을 위한 입법 투쟁, 안보를 위한 입법 투쟁을 열심히 하겠다. 다만 나머지 의사일정에 대해서는 협의해나가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개특위의 위원 정수는 한국당 몫 1석이 늘어 총 19명이 됐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정개특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사개특위도 현행 18명에서 비교섭단체 몫 1석을 늘리기로 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사개특위원장직을 내려놓는다.

◇ 정치개혁이냐 사법개혁이냐 ‘선택의 기로’

다만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의 위원장직을 민주당과 한국당이 어떻게 나눠가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한국당은 의석수 비율에 따라 원내1당인 민주당에 선점 기회를 넘기기로 했다. 나 원내대표는 “조금 더 논의해야 한다. 민주당에 우선 선택권을 줬다”고 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양 특위 중 한 곳의 위원장직을 가져오게 된 협상 결과에 대해 나름대로 만족하는 모습이다. 상임위원장은 회의 소집과 진행, 안건의 상정·의결 등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 적어도 한 곳에서는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법안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한 재선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일방적인 (패스트트랙) 논의가 진행되지 않도록 우리 당이 정개특위든 사개특위든 둘 중에 하나 (위원장을) 맡고 정개특위 위원에 한 명 더 보강하는 안을 받아서 복귀하게 된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철회는 저기(민주당)에서 절대 안 할 텐데 어쩌겠나. 말만 가지고는 안 된다. (패스트트랙 강행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나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해야 우리가 이해를 한다. 말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위원장 자리다. 그래서 (협상안을) 받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중 위원장 자리를 선점할 수 있는 것은 민주당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정개특위원장을 맡고 사개특위원장 자리를 한국당에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정개특위를 한국당에 넘길 경우 선거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야3당의 반발로 ‘패스트트랙 공조’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개혁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은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정개특위원장 자리를 뺏긴 정의당은 물론 여야 합의에 참여하지 못한 민주평화당의 반발도 극복해야할 부분이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정개특위, 사개특위 개혁을 향해 지금까지 노력해온 그 당사자인 정의당에게 단 한마디의 사전에 교감내지는 논의도 없이 3당 원내교섭단체끼리 했다는 것은 배제의 정치고, 곧 배신의 정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정개특위 위원장을 심상정 위원장에서 일방적으로 1당, 2당이 특위위원장을 나눠 갖기로 합의한 것은 국회가 관례를 무시한 것이다. 민주당이 평화당·정의당의 공조에 대한 배신행위를 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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