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러난 아버지의 뒤를 이어 KPX그룹을 이끌게 된 양준영 부회장이 내부거래 문제 해소라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시사위크
최근 물러난 아버지의 뒤를 이어 KPX그룹을 이끌게 된 양준영 부회장이 내부거래 문제 해소라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세 시대’를 본격화한 KPX그룹의 내부거래 실태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그룹으로 시야를 넓힌 공정거래위원회가 KPX그룹을 첫 타깃으로 삼은 가운데, 내부거래 문제 해소가 양준영 KPX그룹 부회장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KPX그룹의 내부거래 문제 중심엔 그룹 핵심 계열사 KPX케미칼과 비상장사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있다. 오너일가 2세 양준영 부회장은 씨케이엔터프라이즈 지분 88%를 보유 중이며, 이 회사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부친이자 창업주인 양규모 KPX그룹 회장이 보유 중이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영위 중인 사업은 부동산임대업과 도매업인데, 비중은 도매업이 압도적으로 높다. 사업구조는 단순하다. KPX케미칼이 생산한 상품을 사들여 베트남 현지법인인 KPX VINA에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소위 말해 ‘통행세’를 챙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KPX케미칼로부터 매입한 거래규모는 52억원이며, 이는 상품매출원가와 정확히 일치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KPX VINA를 통해 67억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역시 상품수출액과 숫자 하나 다르지 않다. 전체 매출원가에서 KPX케미칼로부터의 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98.6%, 총 매출액에서 KPX VINA가 차지하는 비중은 88.3%에 달한다.

이 같은 내부거래 실태는 2012년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앞선 2017년보다 규모가 더 증가한 바 있다. 또한 이렇게 거둔 수익은 양준영 부회장의 승계에 적극 활용됐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2011년까지 0.92%에 그쳤던 KPX홀딩스 지분을 현재 11.24%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그룹 내 또 다른 핵심계열사인 진양홀딩스 지분도 13.66% 보유하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KPX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올해부터 중견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첫 행보로 KPX그룹을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KPX그룹의 내부거래 실태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KPX케미칼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씨케이엔터프라이즈와 11억8,000여만원 상당의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분기 11억6,000여만원보다 소폭 증가한 규모다.

공교롭게도 KPX그룹 창업주인 양규모 회장은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뒤 KPX홀딩스 및 진양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양준영 부회장이 단독 대표이사에 오르며 2세 시대를 본격화한 상황이다.

하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내부거래 실태는 양준영 부회장의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준영 부회장 본인이 적나라한 내부거래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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