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극심한 노사갈등을 빚고 있다. /도로공사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극심한 노사갈등을 빚고 있다. /도로공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들이 사측의 일방적인 자회사 전환 및 부당해고에 반발하며 서울톨게이트 지붕 위로 올라갔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전환이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도로공사만큼은 갈등이 더욱 곪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낙하산’ 지적을 받아온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아쉬운 경영실적 평가 성적표와 끊이지 않는 출마설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정규직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 소속 40여명은 지난달 30일 이른 아침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서울톨게이트 지붕 위로 올라가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또한 수백 명의 투쟁본부 조합원들이 톨게이트 주변에 모여들어 집회를 열었다. 경찰의 안전관리 속에 별다른 사고나 차량 소통 정체는 빚어지지 않았으나, 아찔하고 혼란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이들은 도로공사의 일방적인 자회사 전환과 부당해고에 반발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도로공사는 1일을 기해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출범하고, 당초 용역업체 소속이었던 요금수납원들을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방침에 따르기 위한 조치로, 전체 6,500여명의 요금수납원 중 5,000여명이 이 같은 자회사 전환을 받아들였다.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신분이던 안전순찰원 900여명은 도로공사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 소속 요금수납원 1,500여명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도로공사의 일방통행식 자회사 전환을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훨씬 전부터 도로공사의 간접고용 문제를 제기하며 직접고용을 요구해왔다. 750여명이 근로자지위확인 집단소송을 제기해 2015년 1심과 2017년 2심에서 모두 승소하기도 했다.

대법원에서도 이러한 판결이 유지되면 도로공사는 해당 요금수납원들을 직접고용 해야 한다. 다른 유사한 판결의 추이를 살펴보면, 대법원에서도 직접고용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공사가 정규직 전환 방식으로 ‘자회사 전환’을 밀어붙이면서, 급기야 고공농성 사태까지 벌어지게 됐다. 도로공사는 자회사 전환을 두고 그동안 극심한 노사갈등 및 노노갈등을 빚어왔다. 도로공사는 기술발달로 인해 요금수납원 필요성이 갈수록 떨어져가는 상황에서 이들을 직접고용 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대법원에서 직접고용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에도 요금수납이 아닌 다른 보직을 맡길 계획이다.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 소속 요금수납원들은 사측의 일방적인 자회사 전환에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 소속 요금수납원들은 사측의 일방적인 자회사 전환에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 성적표 아쉬운 이강래 사장, 이 와중에 출마설·입각설 ‘솔솔’

이처럼 정규직 전환을 놓고 결국 극심한 갈등이 터져 나온 가운데, 사태를 수습해야할 이강래 사장의 리더십은 오히려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고공농성에 돌입한 투쟁본부는 특히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을 ‘살인자’로 규정하며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3선을 지내 ‘낙하산’ 지적을 피하지 못했던 이강래 사장이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반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서울톨게이트 위에 펼친 현수막엔 ‘해고는 살인이다. 이강래가 살인자다. 문재인도 공범이다’라고 적혀있다.

이강래 사장은 올해 발표된 각종 평가 결과에서도 썩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먼저 ‘2018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는 ‘양호’에 해당하는 B등급을 받았다. 2017년 10월에 취임한 이강래 사장에겐 사실상 첫 성적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데, B등급 자체는 나쁘지 않은 점수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앞선 2016년도와 2017년도에 A등급을 받은 바 있다. 이강래 사장 취임 이후 경영실적 평가 점수가 퇴보한 셈이다.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는 또 다시 낙제점이었다. 도로공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등급을 받았다. 13개 SOC부문 공공기관 중 유일한 C등급이다.

정치권에 몸담은 경력 및 그에 따른 낙하산 꼬리표답게 ‘출마설’과 ‘입각설’이 꼬리를 물고 있는 점도 이강래 사장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게 만든다. 고향이 남원인 이강래 사장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해당 선거구(전북 남원·임실·순창) 상황과 맞물려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강래 사장은 국회의원 시절 이 선거구에서만 3선에 성공한 바 있다. 아울러 김현미 장관의 뒤를 이을 차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러한 상황은 이강래 사장 본인에겐 입신양명일지 몰라도, 극심한 노사갈등 등 현안이 산적한 도로공사에겐 분위기를 더욱 뒤숭숭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편, 이강래 사장은 한국도로공사서비스 출범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회사 설립을 통한 통행료 수납원 정규직화 과정에서 노사 및 노노갈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자회사를 통해 수납업무를 더욱 체계적·전문적으로 운영하면서, 전환 비동의자들에 대해서도 자회사에 추가 합류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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