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담’이 성사되면서 문재인 정부를 향한 자유한국당의 안보 공세가 초점을 잃은 모습이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형성되면 보수정당이 불리해진다는 ‘정치적 징크스’가 있지만, 무작정 비판만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폄훼했다가 이후 지방선거에서 쓴맛을 봤던 만큼 보다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려는 분위기다.

한국당의 달라진 ‘어조’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나타났다. 황교안 대표는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의 전격적인 만남이 이루어졌고, 사실상의 미북 정상회담도 있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포괄적 합의를 언급한 것이나 2~3주내에 실무협상을 시작한다고 밝힌 것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북핵 협상을 타개할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판문점 회동의 역사적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의 협상이 순항하기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중도노선 확장’을 모토로 내걸고 있는 황 대표가 과거보다 ‘톤다운’된 입장을 낸 것이다.

이는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외교 정책과 성과를 비판해왔던 것과 차이가 있는 반응이다. 당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유철 의원도 “역사상 처음으로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미국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월경했다. 상당히 의미 있는 만남이고 잘된 일이라고 본다”고 했다.

강효상 의원이 자신의 ‘외교안보채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은 어렵고 전화 통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가 전망이 빗나가면서 당이 빈축을 사게 된 것도 당 내부 분위기에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다. 강 의원은 판문점 회동이 성사되자 “예측이란 것이 참 어렵다. 기분 좋게 예측이 빗나가 다행”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정보력 부족이라는 내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로 향한 화살… 삼척항 국조 추진

다만 나경원 원내대표는 “우리가 이런 찬사와 혹평의 성찬에만 휩쓸려 주어진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야당이 해야 될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야당의 책무는 역시 문제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이에 대한 언급을 해야 되는 것”이라며 “비핵화를 그저 미북 정상 간의 회담에만 기대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익의 셀프 패싱을 자초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비판의 초점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으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30일) 김정은 위원장과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미사일 실험에 대한 질문에 “이거는 저는 (탄도) 미사일 발사라고 보지 않는다. 그냥 테스트이다. 김 위원장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발사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 국민과 국토를 직접적으로 사정권 안에 두는 무기다. 그런 무기가 미국 본토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일 아닌 듯 말하는 이 현실은 분명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기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미국 민주당 내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를 주목받게 하고 있다’ ‘단지 사진촬영용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적 반응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당 내부에선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 북한 목선 귀순 사태 등과 관련한 당의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과 공조해 ‘북한 선박 삼척 입항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이날 제출했다. 양당은 청와대를 포함해 통일부·국방부·국정원·해양경찰청 등 정부부처가 해당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제출한 국정조사 요구서에서 “국방부는 사건 발생 직후 지금까지 일관되지 못한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및 입장 발표로 국민적 지탄과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며 “군과 해경의 경계작전 실패, 미흡한 초기 대응 조치, 국방부 등 부처의 일관되지 못한 사실관계 확인 및 입장 발표, 정부합동신문 등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규명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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