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규제 강화에 대해 대응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규제 강화에 대해 대응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아울러 문제가 된 소재들의 원활한 수급을 위한 대책을 병행 추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전에 전혀 이 같은 조치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일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1일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 회의실에서 수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일본이 발표한 수출통제 강화조치에 대해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산업부는 차관 주재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엘지디스플레이 등 8개 기업 관계자와 긴급 현안점검회의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에 대한 동향을 공유하고 향후 대응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그간 산업부와 업계는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설비 확충 ▲기술개발을 통한 국산화 등을 적극 추진해 왔다고 판단하고, 산업부는 곧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해 적극 추진키로 결정했다.

산업부 차관은 “산업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와 긴밀한 협의채널을 유지하고, 업계에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민관 공조를 통해 관련 대응방안을 마련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1일 일본 산업성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해 한국을 수출 우대 대상국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우대 대상에서 제외되면 계약별로 일본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최대 90일 정도의 기간이 소요돼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들은 대부분 항공기로 운반하기 때문에 재고를 많이 쌓아놓지 않는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악의를 품고 한국 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해 일본 당국이 작심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다만 일본 내에서도 규제강화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유무역에 반하는 기조로 비춰질 여지가 있어 명분이 크지 않고, 무엇보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일본의존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제 반도체 재료 등의 안정적 조달이 불가능해지면 탈일본을 부를 수 있다”며 “극약이라고 할 수 있는 조치는 긴 시각에서 볼 때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수출기업들도 정부의 규제강화에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다소 안일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일관계가 최악’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떤 근거로 최악이라고 하느냐”며 발끈한 바 있다. 또한 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된 데 대해서도 “우리는 만날 준비가 돼 있지만 일본이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일본은 G20 정상회의가 끝난지 하루 만에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방침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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