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고른 대선주자군을 보유했지만 충청지역에 마땅한 주자는 보이지 않고 있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이낙연 총리,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고른 대선주자군을 보유했지만 충청지역에 마땅한 주자는 보이지 않고 있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민주당 소속 대선주자들이 어느 때보다 풍년이다. 특정 지역이나 세력에 편중됨 없이 전국적으로 넓게 퍼져있는 것이 강점이다. 청와대나 각료, 재야인사 등 예비 대권주자까지 포함하면 가용할 자원도 넉넉하다. 황교안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비하면 안정적인 총선 및 대선 전략수립이 가능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이 ‘벌떼전략’을 가동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지역별 대선주자들을 앞세워 표심을 끌어 모으는 전략이다. 이를테면 호남에 이낙연 총리가 있다면 부산·경남은 김경수 지사와 조국 민정수석, 대구·경북 김부겸 의원과 유시민 장관, 서울 박원순 시장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 경기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을 내세우는 식이다.

실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대국민 인지도가 나쁘지 않다. 2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이낙연 총리는 21.2%로 1위였고, 이재명 지사 9.3%, 김경수 지사 6.2%, 박원순 시장 5.3%, 김부겸 의원 4.3%의 지지율을 얻는 등 각각 지분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시민 이사장의 경우, 본인의 요청으로 선택지에서 제외됐지만 이전까지 줄곧 상위권에 있었다. 법무부 장관 입각설로 관심을 모은 조국 수석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대선주자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하지만 대전·충청 지역의 선거를 이끌만한 ‘맹주’가 없다는 게 민주당의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 총선까지만 해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건재했지만, 미투 의혹으로 사실상 정치생명은 끝이 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민주당 소속으로 ‘충청 대망론’을 언급할만한 인물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박병석 의원, 오제세 의원, 변재일 의원 등 다선중진들이 버티고 있으나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성폭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재판을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성폭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재판을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무엇보다 대전·충청 지역이 항상 여야의 격전지였음을 감안하면, 대선주자급 인물의 부재는 민주당 입장에서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20대 총선을 기준으로 지역구 26석 가운데,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각각 14석과 12석을 가져갔었다. 대부분의 지역이 10% 안팎의 비교적 적은 득표율 차로 승패가 갈렸고, 5% 포인트 이내 박빙의 결과가 나온 지역도 8곳이나 됐다.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부산·경남 지역이 진보와 보수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전·충청이 격전지이며 또한 캐스팅 보트임은 분명하다. 리얼미터의 최근 정당지지율 조사를 보면, 이 지역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30.3%로 영남지역 다음으로 높게 나타난다. 물론 민주당 지지율이 39.1%로 더 앞섰으나 한국당의 저력도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당내에서는 대전·충청 지역에서의 승리를 위해 당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충청지역 맞춤형 공약을 개발함은 물론이고 지역 선거판을 이끌 수 있는 대선주자급 인물을 키워내는 게 핵심 포인트다.

충남 출신 민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충청지역은 보수세가 강하고, 민주당 측 인사라고 해도 자민련이나 자유선진당 쪽 계보가 많다. 오롯이 민주당 출신들이 자리를 잡은 역사는 그리 깊지 않다”며 “지난 지방선거 때의 민주당 몰표에 대한 반대심리와 지역경제 둔화가 겹쳐 내년 총선은 상당히 어려운 선거가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얼마 전 충청지역 당정협의를 하고 중앙당 차원에서 배려를 많이 하지만 결국은 사람”이라며 “안희정 전 지사 이후 충청에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춘 인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5일 간 진행됐다. 유무선 ARS와 무선 전화면접 방식을 병행해 조사했고, 전국 성인남녀 2,504명이 최종응답까지 완료했다. 95% 신뢰수준에 ±2.0%, 전체 응답률은 4.4%다. 보다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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