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8차 북핵외교안보특위 회의에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나란히 앉아 있다. /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8차 북핵외교안보특위 회의에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나란히 앉아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이 국회 상임위원회 전면 복귀를 선언했지만, 자당 몫의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당 내부에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양상까지 나타나면서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현재 한국당 내에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곳은 국토교통위·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3곳이다. 상임위원장직은 통상적으로 2년의 임기를 보장받지만, 2명의 의원들이 임기를 1년씩 쪼개 맡기로 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지난해 7월 하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원하는 중진 의원들이 많아 당시 김성태 원내대표가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임기 1년이 지나고 막상 자리를 내줘야 하는 시기가 되자 당초 약속이 번복되면서 공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국토위원장은 박순자 의원과 홍문표 의원이 1년씩 맡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박 의원은 해결되지 않은 국토위 현안이 많아 계속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산자위원장 자리는 현 위원장인 홍일표 의원과 이종구 의원이 다투고 있다. 상임위원장 임기 쪼개기는 규정 없이 의원 간 합의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한쪽이 임기 보장을 요구했을 때 명확한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자리다툼이 치열한 곳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를 다루는 예결위원장직이다. 예결위원장의 임기는 1년이지만, 지난해 안상수 의원이 6개월만 맡고 물러나면서 황영철 의원이 1년 6개월 임기를 보장받았다. 예결특위 임기가 지난 5월 29일 끝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전 합의에 따라 황 의원이 예결위원장으로 재선출돼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재원 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김 의원은 정치자금법 등으로 기소돼 재판 중인 황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경선을 통해 예결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과 황 의원이 의견 조율에 실패하면서 당은 오는 5일 예결위원장 경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황 의원은 “제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논의 당시 의총에서 추인된 사안을 번복시킨 예결위원장 경선 결정은 그동안의 원칙을 저버린 부당한 사례가 될 것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경선 참여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상임위원장 갈등에 대해 지도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만도 나온다. 임기 쪼개기 자체가 전임 원내지도부에서 결정한 사안인만큼 현 원내지도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태를 중재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상임위원장 갈등을 겪고 있는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원내지도부가 불필요한 당내 잡음이 없도록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개별 의원들이 해결할 것이라고 믿고만 있으니 갈등만 커졌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결과적으로 원내지도부가 예결위원장 경선을 요구한 김 의원의 요구를 들어준 셈이 돼 갈등이 계파 갈등으로 확산될 여지도 있다. 김 의원은 친박계 의원으로 황교안 대표 체제 이후에는 대표적인 ‘친황’으로 분류된다. 당내 친박계 의원들도 김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싣고 예결위원장 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예결위원장 자리를 놓고 ‘친박’과 복당파인 ‘비박’이 갈등을 겪는 구도가 그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측은 황 대표가 신임 사무총장에 친박계 박맹우 의원을 앉히면서 당에 친박 색채가 더욱 짙어졌다는 지적과도 무관하지 않다. 황 대표는 전략기획부총장에 추경호 의원, 당 대변인에 민경욱·전희경 의원, 여성위원장에 송희경 의원을 임명하는 등 친박계 의원들을 당직 전면에 배치한 바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중도로 확장하겠다던 황 대표가 결국 친박계 인사만 돌려쓰는 것은 인물난 때문일 수 있지만, ‘도로친박당’이란 꼬리표를 떼기 어렵게 만든다”며 “자신에게 익숙한 무난한 인사만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당에 부담을 주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내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김 의원과 황 의원이 (예결위원장직에 대한) 조율을 하지 못해 당에서는 원칙적으로 경선을 할 수밖에 없다”고 확대해석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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