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가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까. (왼쪽부터) 유해진·원신연 감독·류준열·조우진 / 뉴시스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가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까. (왼쪽부터) 유해진·원신연 감독·류준열·조우진 /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뜨거운 승리의 역사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한 명의 영웅이 아닌 모두가 함께 일궈낸 첫 승리의 역사,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의 이야기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다.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대규모 승리를 쟁취한 봉오동 전투를 처음 영화화한 작품으로 기획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다.

특히 ‘봉오동 전투’는 어제 농사 짓던 인물이 오늘 독립군이 돼 이름 모를 영웅으로 살아간 시간과 그들의 승리에 관한 영화다. 그동안 다수의 작품에서 다뤄졌던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뜻 아래 목숨을 걸고 맞서 싸웠던 이름 모를 민초들의 모습을 담는다.

연출을 맡은 원신연 감독은 3일 진행된 ‘봉오동 전투’ 제작보고회에서 “한 사람의 알려진 영웅이 아닌 모두의 싸움, 모두의 승리였던 전투였기 때문에 의미가 굉장히 남다르다”면서 모두가 함께 일궈낸 첫 승리의 역사에 단번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봉오동 전투’로 돌아온 원신연 감독. / 뉴시스
‘봉오동 전투’로 돌아온 원신연 감독. / 뉴시스

‘세븐 데이즈’(2007), ‘용의자’(2013), ‘살인자의 기억법’(2017)로 탄탄한 장르물을 선보여온 원신연 감독은 ‘봉오동 전투’를 통해 첫 역사물 연출에 도전하게 됐다. 원 감독은 역사적 사건을 영화화하게 된 것에 대해 “정말 고민이 많았다”며 “잠도 잘 못자면서 준비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기존에 (일제 강점기를 다룬) 많은 영화들이 피해의 역사를 그렸다면 ‘봉오동 전투’는 저항의 역사, 승리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며 “이를 통해 국권 침탈 시대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원신연 감독은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쳐 연출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대적으로 기록이 많지 않은 시대”라며 “봉오동 전투 당시 발행됐던 독립신문과 흩어진 자료들을 수집하고 검토했고, 수많은 전문가들의 고증을 거치며 집요하게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원 감독은 ‘봉오동 전투’만의 리얼함이 살아있는 액션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서도 공을 들였다. 그는 “전투 장면을 액션 영화처럼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다”며 “교과서에 실렸던 삽화를 참고해 카메라 앵글이나 각도를 맞춰서 촬영하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다룬 만큼 ‘애국심 마케팅’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 원신연 감독은 “이 시대(일제 강점기)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 걱정을 안 할 수는 없다”며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하고, 최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를 안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만드는 과정에서 진정성과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독립군들이 가졌던 생각,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의미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원 감독은 “봉오동 전투가 현재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한국사 교과서에 7줄 나와 있다”며 “굉장히 부끄러웠다. 이들이 꼭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봉오동 전투’로 의기투합한 (왼쪽부터) 유해진·류준열·조우진·원신연 감독. / 뉴시스
‘봉오동 전투’로 의기투합한 (왼쪽부터) 유해진·류준열·조우진·원신연 감독. / 뉴시스

◇ 유해진X류준열X조우진, ‘국찢남’들의 완벽한 만남 

원신연 감독은 캐스팅에 있어 세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었다. 역사를 소재로 다루기 때문에 진정성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고, 두 번째는 알려진 영웅이 아닌 주변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기 때문에 친근한 매력이 있어야 했다. 마지막은 체력이었다. 원신연 감독은 “일본군을 유인하기 위해 많이 뛰어다녔기 때문에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통과한 ‘봉오동 전투’의 주연배우는 유해진, 류준열 그리고 조우진이다. 특히 세 사람은 앞서 공개된 스틸컷 속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모습을 자랑, ‘국찢남’(국사책을 찢고 나온 남자)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황해철을 연기한 유해진. / 뉴시스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황해철을 연기한 유해진. / 뉴시스

먼저 유해진은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전설적인 독립군 황해철로 분한다. ‘택시운전사’(2017), ‘1987’(2017), ‘말모이’(2019) 등 근현대사의 굴곡을 그린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했던 그는 또다시 역사적 사건을 다룬 ‘봉오동 전투’를 택했다. 이에 대해 유해진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기교보다는 진정성이 느껴졌다”며 “바위 같은 진정성이 느껴지면서도 통쾌함이 함께 묻어있어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실없는 농담을 하다가도 일본군과의 전투가 시작되면 매서운 눈빛으로 항일대도를 거침없이 휘두르는 황해철은 유해진의 섬세한 표현력을 만나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됐다는 후문이다.  또 생동감 넘치는 액션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직접 바디캠을 들고 촬영을 하는 등 열의를 불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함께 호흡을 맞춘 류준열과 조우진은 유해진의 체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조우진은 “유해진 선배의 운동량이 엄청나다”면서 “달리는 속도도 엄청 빠르다. 내가 못 따라가서 다시 찍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는 유해진 선배가 내 속도를 맞춰줬다”고 말했다.

류준열도 “유해진 선배는 전력 질주를 하지 않았다”며 “전력 질주를 하면 다른 사람들이 못 따라간다. 우리는 헉헉 되는데 뒷짐 지고 먼 산을 보고 있더라”고 덧붙여 취재진에게 웃음을 안겼다.

‘봉오동 전투’에서 류준열은 비범한 사격 실력의 발 빠른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 역을 맡았다. 실존 독립군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은 이장하는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 늑대 같은 인물로 누구보다 뜨거운 가슴을 가졌지만 가장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자신을 내던진다. 류준열은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임하게 되더라”라며 “실존 인물을 캐릭터화했기 때문에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독립군들의 당시 생활이나 마음가짐을 이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이장하로 분한 류준열. / 뉴시스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이장하로 분한 류준열. / 뉴시스

원신연 감독은 류준열와 이장하의 높은 싱크로율에 만족감을 표했다. 원 감독은 “사진을 찾아보면 (류준열과) 똑같이 생긴 독립군이 대부분”이라며 “사진에서 걸어 나온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장하가 무리를 위해 희생하는데 류준열도 속 깊고 배려심이 먼저 보이는 사람”이라며 “그런 점이 이장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류준열은 ‘봉오동 전투’에서 질주 액션뿐 아니라 생애 첫 와이어 액션에도 도전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영화가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 여러 명이 힘을 합쳐서 달려가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면서 “와이어 액션이 특히 그랬다. 스턴트 팀의 손끝에 매달려 촬영했는데, 믿음이 없으면 한 발짝도 못 떼겠더라”라며 의기투합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조우진도 ‘봉오동 전투’와 함께 한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던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게 만든 시나리오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벅차고 뭉클한 느낌을 받았다”며 “감정이 계속 달리고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마병구 역을 맡은 조우진. / 뉴시스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마병구 역을 맡은 조우진. / 뉴시스

극중 조우진은 총과 언변으로 일본군을 상대하는 마적 출신의 저격수 마병구를 연기한다. 조우진은 “병구라는 캐릭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냉정(이장하)과 열정(황해철) 사이의 인물이 아닐까 싶다”며 “두 인물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원신연 감독은 조우진의 열연에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를 하는 것 같았다”고 극찬했다. 원 감독은 “병구는 해철에게는 충성스러운 부하이면서 독립군 부하들의 맏형으로 대들기도 한다”며 “동생인 장하를 살뜰히 챙기면서도 해철과 장하 사이의 중심을 잡아주기도 하고, 그 와중에 일본군들을 유인하며 독립군으로서의 역할도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표현하기 힘든 캐릭터였는데, 조우진이 마치 악보 없이 재즈를 연주하듯 자유롭게 연기를 하더라”라며 “굉장히 감동했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유해진과 류준열, 조우진 그리고 원신연 감독의 진정성이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까. ‘봉오동 전투’는 오는 8월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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