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황교안 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 뉴시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황교안 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보수진영 원로들을 만나며 당의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당대표 취임 초기 ‘민생투쟁 대장정’으로 전국을 다니며 바닥 민심을 훑었던 만큼 이제는 당내 중진 의원과 원로계와의 소통을 통해 보수통합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3일 한국당에 따르면 황 대표는 지난달 6일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친박계 좌장인 무소속 서청원 의원, 비박계 좌장으로 통하는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을 잇달아 만났다. 또 자신을 향해 쓴소리를 해 온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당내 대표 원로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면담했다.

황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자신의 당 장악력을 높이고 보수통합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 차등 임금 발언과 자신의 아들 스펙 발언 등으로 구설수에 올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기에 ‘여성당원 속옷 장기자랑’ 논란이 불거지며 황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은 바 있다.

홍문종 의원이 탈당 후 우리공화당에 합류하면서 보수진영 분열에 대한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실질적인 공천 작업이 시작되는 올 하반기가 되면 한국당 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던 의원들 중 추가 탈당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실제로 정당 지지율도 타격을 입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25~27일 조사해 27일 발표한 6월 넷째 주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은 21%로 더불어민주당(39%)과 10%p이상 차이가 났다. 한국당 지지율은 6월 첫째 주(23%) 이후 하락세를 그리며 줄곧 21%선에 정체돼있는 상황이다. 자세한 조사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 황교안, 결국 '박근혜'로 회귀하나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황 대표는 대외행보를 줄이고 당내외 보수진영 인사들과 접촉면을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당대표 취임 일성으로 ‘통합’을 강조해온 황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보수통합 행보를 걷겠다는 신호다. 당의 한 관계자는 “분야를 막론하고 원로들을 만나 많은 말씀을 들으면서 구심점을 모아가겠다는 행보”라고 봤다.

특히 황 대표가 친박계 인사들을 주요 당직에 전면 배치하면서 비박계의 불만이 적지 않았는데 이를 수습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인 한선교 전 사무총장의 사퇴 후 역시 친박계로 분류되는 박맹우 의원이 임명되면서 이 같은 불만은 더욱 가중된 상태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정 성향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 원로 분들의 말씀을 듣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들을 경청하고 있다. 언론인들의 말도 들으려고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정치신인’인 황 대표가 결국 기존 계파에 기대는 전략을 택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출신인 정두언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동안 너무 쉽게 (정치판에) 데뷔를 해서 순탄하게 가다가 최근 들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해서 지지율에도 변화가 생기니까 조정 국면에 들어가는 것이다. 본인이 계속 나와선 안 되겠다고 보고 내부단속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만나는 사람들이 너무 올드하다. 국민께 신선함을 주지 못한다”고 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황 대표의 리더십은 자꾸 과거로 회귀를 하고 있다. ‘도로 박근혜당’으로 가야 표를 얻는다는 리더십은 태극기 부대들은 좋아하겠지만, 역사적 사명의식을 갖고 있는 국민으로부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보수개혁적 길로 가는 것이 성공할 수 있는데 과거 ‘박근혜당’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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