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만남의 ‘용어’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회담이라고 규정하는 반면, 다른 곳은 ‘회동’ 혹은 ‘만남’으로 나오는 등 언론사 보도도 제각각이다. “짧은 인사가 될 것”이라는 말과는 다르게 1시간 가까이 양 정상의 만남이 이어진 것이 논란의 단초가 됐다.

당장 남북미 당국의 규정부터 미세하게 다르다. 먼저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조미수뇌상봉’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 때의 ‘상봉’은 정상회담과 의미가 같다.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각각 개최됐던 1·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에도 북한은 ‘조미수뇌상봉’이라고 칭했었다. 지난 1일 조선중앙TV는 “최고영도자 동지께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관계 개선 의지를 잘 보여준 데 대해 평가하시고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시며 작별의 악수를 나누셨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미팅(Meeting)으로 표현했다. 외교가에 따르면, 공식 정상회담에 미국은 써밋(summit)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즉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이 ‘써밋’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셈이다. 다만 정상회담에 미팅을 사용하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에, 다소 가벼운 정상회담 수준으로 규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언론들은 ‘비공개 대화’ ‘전격적 회담’ ‘비공개 회담’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회동이냐 회담이냐’를 가르는 기준은 원론적 의미 보다는 정치적 평가 측면과 관련이 깊다. 사실 이번 만남은 전격적이고 즉흥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일반적인 정상회담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하지만 꽤 긴 시간 대화가 있었고 나름의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회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중론이다. 북미 양측도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있지만 회담으로 표현하고 치적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견은 많지 않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결렬 이후 흔들린 리더십을 다시 세우는데 이번 만남을 이용하고 있으며, 차기 대선을 준비 중인 트럼프 대통령도 이는 마찬가지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할 수 있는 곳에 평화를 가져오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노벨 평화상을 타는 길에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이 아닌 ‘회동’이라는 표현을 선택했다. 당사자가 아닌 입장에서 각국 정상들의 행동을 규정하는 것에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대신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상 간의 짧은 인사와 조우가 아니라 50분에 걸쳐 말씀들이 서로 오고 갔다”며 ‘회담’에 가깝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다만 “회동인지 회담인지 우리가 규정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어떠한 형식을 담고 있는 협정 혹은 선언이라는 명확한 답은 청와대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언론에서 해석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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