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마주서 악수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TV-뉴시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마주서 악수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TV-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미 국무부가 북학과의 협상에 ‘대량살상무기(WMD) 동결’을 우선적 목표로 설정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방한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이 같이 말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즈 등 다른 미국 언론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핵 동결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핵 협상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완전한 추측”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선행한 후 단계적 조치로서 ‘핵 동결’은 가능한 시나리오다.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국이 얘기하는 건 완전한 폐기로 가는 단계에서의 동결을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한미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포괄적 합의”를 말한 것도 이를 염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분명한 것은 미국이 이른바 ‘빅딜’을 요구했던 하노이 협상과 비교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 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해 실무협의를 한 비건 특별대표는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공약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측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었다. ‘동시적·병행적 진전’은 북한이 그간 요구했던 협상 방식이다.

상응조치로는 종전선언과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건 대표는 인도적 지원, 북미대화 확대, 상대국 수도에서의 주재를 언급한 바 있다. 상대국 수도에서의 주재는 연락사무소 설치를 의미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전문가들은 연락사무소 설치를 사실상의 ‘종전선언’ 혹은 ‘체제보장’이라고 해석한다. 다만 대북제재 완화 혹은 해제는 완전한 비핵화 단계에서 고려한다는 게 미국 측 입장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북미양측이 실무대표를 정해 수주 내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대로 미국 측은 폼페이오 장관 주도 하에 비건 특별대표가 나선다. 북한 측에서는 외무성 대미라인으로 분류되는 김명길 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 등이 협상대표로 거론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