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장수 사외이사’, 안건 100% 찬성… 견제 기능 수행 의문
에이스침대 “이사회 안건 충분히 검토… 사외이사 교체 이유 없어”

에이스침대의 사외이사가 17년간 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뉴시스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문구로 잘 알려진 침대업계 1위 에이스침대의 사외이사가 지난 2002년 이후 현재까지 동일한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사회와 경영진에 대한 견제’라는 사외이사의 본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유례없는 장수 사외이사… 견제 역할 ‘무색’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이스침대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 등 총 4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명승진 사외이사는 지난 2002년 신규 선임 후 현재까지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외이사는 회사의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이사로, 대주주와 관련이 없는 외부 인사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대주주의 독단적인 경영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다. 때문에 사외이사의 대표적인 요건으로는 ‘독립성’이 꼽힌다.

공시에 따르면 명 이사는 1944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상학과를 졸업했다. 주요경력으로는 제일은행 지점장을 역임했다. 2002년 명 이사의 사외이사 선임 당시 공시에 따르면 명 이사와 에이스침대의 최대주주인 안성호 사장,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과의 관계는 ‘없음’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명 이사는 안유수 회장의 사위 명제열 씨의 친인척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법상 사외이사의 자격은 최대주주 본인과 배우자 및 직계 존속·비속만을 제한하고 있어 명 이사가 실제 안 회장 사돈가의 친인척일지라도 법적 테두리에 포함되지 않는다.

명 이사는 사외이사 재직 기간 중 지난해 8월 ‘임시주주총회 소집의 건’ 안건 상정 당시 이사회에 불참한 것 외에 이사회 안건에 단 한 차례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사외이사가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회의 모든 안건에 대해 대주주의 손을 들어준 만큼 독립성 확보가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이다.

◇ 주가 폭락 당시에도 안건 찬성… “안건 반대 이유 없다”

특히 명 이사는 지난해 7월과 12월 자사주를 처분하는 안건에 대해서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에이스침대의 자사주 매각은 한국거래소의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한국거래소는 2017년 6월 상장사 요건을 개정해 소액주주 지분율이 20%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기로 결정하고, 자사주를 소액주주 범위에서 제외했다. 지난해 4월에는 에이스침대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에이스침대의 당시 지분율은 안성호 대표 74.56%, 안유수 회장 5.0% 등 오너일가가 지분 79.56%를 보유했고, 자사주 30만3,000주를 제외한 소액주주 지분율은 19% 가량이었다.

이에 에이스침대는 자사주를 처분함으로써 소액주주 지분율을 높여 해당 리스크를 피해갔다. 실제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10월 거래소의 ‘관리종목’에서 해제됐다.

문제는 자사주를 대거 처분하자 당시 에이스침대의 주가가 폭락했다는 점이다. 소액주주들의 입장에서는 회사의 자사주 처분 결정으로 피해를 본 셈이다. 이로 인해 주주들의 반발이 일자 에이스침대는 소액주주들에게 대주주 대비 1.5배의 현금배당을 약속하고, 주식거래 활성화를 위한 액면분할(5,000원→1,000)원 등을 공시하며 ‘주심’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사외이사가 이른바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장수 사외이사의 경우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는 견제 역할을 하는 것에 더욱 어려움이 따른다고 분석한다.

이와 관련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안유수 회장과 명승진 사외이사는 사돈 친인척 관계가 아니다”라며 “이사회 안건을 검토한 결과, 반대할 사안이나 이유가 없었으며 이미 충실한 검토를 거쳤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사외이사 교체를 검토한 바 있으나, 특별히 교체할 이유가 없어 연임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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