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일본 공략에 박차를 가해왔던 LCC업계가 뜻밖의 악재를 만나게 됐다. /뉴시스
최근 수년간 일본 공략에 박차를 가해왔던 LCC업계가 뜻밖의 악재를 만나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6년 중국발 ‘사드 보복’ 악재를 피해 일본으로 향했던 LCC업계의 표정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일본 노선을 앞 다퉈 늘려놓은 상황에서 일본발 악재를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이달 초 무안 및 제주와 일본 후쿠오카를 잇는 노선을 신규 취항했다. 앞선 5월에는 인천과 일본 시즈오카를 잇는 노선도 새롭게 취항하는 등 일본 공략에 꾸준히 박차를 가하고 있다. 6월초 시작한 ‘스탬프 랠리 시즌2’도 일본 공략 강화의 일환이다. 1년간 제주항공 일본 노선을 7회 왕복 탑승하면 기본 적립 포인트에 더해 30만 포인트를 추가로 안겨주는 프로모션으로, 지난해 실시했던 ‘시즌1’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도 마련됐다. 제주항공은 현재 국내 7개 공항을 기점으로 9개 일본 도시에 22개의 정기노선을 운항 중이다.

국토교통부 제재로 인해 신규 노선 취항이 막혀있는 진에어는 28개 국제선 노선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9개가 일본 노선이다. 비록 노선 확대는 멈춰있으나, 지난 5월 이 노선들을 대상으로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일본 공략은 멈추지 않고 있다.

티웨이항공도 일본 비중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4월 인천~일본 가고시마 노선을 신규 취항하는 등 일본 10개 도시를 오가고 있다. 이는 국내 LCC업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에어부산 역시 지난달 대구~일본 기타큐슈 노선을 신규취항했고, 이스타항공은 지난 5월 일본 노선에 대해 반값 할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에어서울은 일본 노선을 주력으로 삼고 있으며, 특히 일본 노선 무제한 항공권인 ‘민트 패스 J’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LCC업계의 이 같은 ‘일본 사랑’은 2016년 사드보복 사태 이후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온 중국 노선에 큰 악재가 덮치자 일본으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때마침 일본의 관광산업 강화 움직임, 엔화 약세 등이 맞물리면서 일본을 오가는 항공기는 빠르게 늘어났다. 도쿄, 오사카, 쿄토 등 주요 관광도시 외에 지방도시의 관광이 활성화된 점도 LCC업계를 더욱 분주하게 만들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역대 최고치인 3,119만 명으로 집계됐다.2008년부터 연평균 14.1%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10년 만에 3.7배나 증가했다.

이처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수 중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올해 5월까지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375만 명 중 23.6%에 해당하는 325만 명이 한국인이었다. 외국인 관광객 4명 중 1명이 한국인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는 최근 불거진 한일관계 악화로 인해 부메랑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내리는 등 양국관계가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의 반일감정도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국내에서는 일본 제품 및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과 더불어 일본여행 거부운동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움직임이 당장 큰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실제 지난 주말에도 일본으로 향하는 항공기는 높은 탑승률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여행을 계획해놓은 사람들이 많고, 아직 사태 초기인 만큼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실질적인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LCC업계 입장에선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실제 LCC업계는 지난해에도 일본발 악재의 영향을 받은 바 있다. 일본을 덮친 자연재해로 인해 국내 LCC업계의 실적이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최근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성수기를 앞두고 또 다시 일본발 악재가 발생해 내부적으로도 우려가 적지 않다”며 “우선은 상황을 지켜보는 한편, 빠른 대처가 가능하도록 여러 가지를 검토해두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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