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남은 임기 3년은 결실을 거둬야 하는 시기”라면서 “시민의 삶을 바꾸는 10년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성과 여부가 그의 대권가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은 “남은 임기 3년은 결실을 거둬야 하는 시기”라면서 “시민의 삶을 바꾸는 10년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성과 여부가 그의 대권가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차기 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묻는 질문에 ‘구태여’ 답변했다. 지목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는 자신이 잠룡으로 평가되는데 대해 “용어부터 바꿔야 한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대권 도전 의사를 애써 숨기지 않았다. 지난 4일 민선 7기 취임 1주년을 맞아 출입기자단과 만찬을 가진 자리에서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기존과 다른 새로운 리더의 모습을 제시했다. 세상이 어지러웠던 옛날에는 구세주 같은 강력한 리더를 원하는 풍조가 있었다면 21세기 시대에는 리더 한 사람이 모든 사람을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역량을 발휘하고 자신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정부이고 대통령이면서 시장의 직무라고 생각했다. 그가 대권, 대선, 대통령의 이름 교체를 주장하는 이유기도 하다.

박원순 시장은 민선 7기 1주년을 포함한 지난 8년간의 임기를 회고하며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정을 펼쳐왔다. 늘 시민의 소리에 귀 기울였고, 시민들의 복리와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힘써왔다”고 자부했다. / 뉴시스
박원순 시장은 민선 7기 1주년을 포함한 지난 8년간의 임기를 회고하며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정을 펼쳐왔다. 늘 시민의 소리에 귀 기울였고, 시민들의 복리와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힘써왔다”고 자부했다. / 뉴시스

◇ “좀 더 큰 권한에 목말라… 결실 거둬야 하는 시기”

변수는 있다. 박원순 시장은 “좀 더 큰 권한에 목이 마르지만 이 정도라도 갖고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하냐”면서 “세상을 바꾸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서울의 미래를 개척해 내는 것이 너무나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돈, 사람, 권한이 없었다”는 과거 시민운동 시절과 비교한 발언이지만, 경우에 따라선 ‘좀 더 큰 권한’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행복하기로 결단했다”면서 이를 ‘득도’라고 표현했다.

실제 박원순 시장의 대권행은 딜레마에 놓여 있다. 그는 스스로 연임 성공 시 정해진 임기를 다할 것이라 약속했으나, 차기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중도하차가 불가피하다. 대선(2022년 3월 예정)이 임기(2022년 6월)가 종료되기 전에 실시되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결국은 지지율이 해결의 열쇠다. 국민의 부름이 있다면 정치적 명분은 충분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지지율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원순 시장은 가장 최근에 발표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5.3%의 지지율을 얻고 6위를 기록했다. 범여권 후보 중에서는 이낙연(21.2%) 국무총리, 이재명(9.3%) 경기지사, 김경수(6.2%) 경남지사 다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조사는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리얼미터에서 지난달 5일간(24일~28일) 실시했다. 응답률은 4.4%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박원순 시장의 대권 출마 시사 발언이 너무 빨랐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도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발언으로 대선 불출마라는 해석이 나오자 측근들이 나서 “당장의 선거에 전념하겠다는 의미”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번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임기 동안 공약 이행이 먼저다. 박원순 시장은 남은 임기 내 역점 사업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꼽았다.

박원순 시장은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임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약 40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서울 주택의 10%가 넘는 수준이다. 그는 “임기 내 신혼부부 2쌍 중 1쌍에 주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돈을 더 쓰려고 생각 중”이라면서 “적은 부담은 아니지만 서울의 청년층 주거 문제는 상당한 정도로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원순 시장은 “앞으로 남은 3년은 아직 긴 시간이기는 하나, 더는 서울시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잘 집중하고 정리해서 결실을 거둬야 하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박원순 시장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연임을 3번으로 제한한 지방자치법에 따라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다. 달리 말하면, 최초의 3선 서울시장 타이틀을 박원순 시장이 거머쥔 셈이다. 그는 민선 5기와 6기를 각각 ‘정상화’, ‘차별화’로 정의한 뒤 “3선 이후는 표준화의 시기다. 서울시가 했던 정책 변화 혁신이 전국화되고 심지어는 세계로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실제 서울시의 검증된 정책과 인재를 가져다 썼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의 자부심이 대권 앞으로 한발 나아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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